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범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가 안전 평가 실험 기준을 독성 여부가 확인 불가능하게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에 대한 3회 공판에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 교수는 "RB코리아가 의뢰한 실험 디자인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었다"며 "(저농도인) 1배, 2배, 4배의 농도로 실험하도록 조건을 정했다"고 진술했다.
조 교수는 "해당 실험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알았지만 의뢰받은 대로 실험해 줬다"며 "이 때문에 보고서 결론부에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옥시는 지난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이 원인으로 지목하는 역학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서울대 연구팀을 매수해 안정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디(PHMG)농도를 1배, 6.6배, 33배 환경으로 조성한 결과 '실험쥐에게서 폐 섬유화가 나타났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반면 조교수는 PHMG의 농도를 1배, 2배, 4배 조건으로 독성 실험을 진행해 '실험쥐에게서 폐 섬유화 조건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저농도로 실험해 독성여부 확인이 불가능하게 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이같은 농도 기준은 옥시가 직접 제시한 것이다.
조 교수는 자신이 여러 차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옥시 측에 경고했지만 옥시가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해 왔다. 옥시측은 실험에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조 교수의 보고서를 그대로 검찰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신 전 대표측의 변호인은 "조 교수의 연구는 신 전 대표가 퇴사한 7년 뒤 벌여진 상황"이라며 신 전 대표와는 무관한 일임을 주장했다.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2000년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인 PHMG가 함유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개발·판매해 사망자 73명을 포함,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