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역주행…아사 위기에 반세기전 공산화 카드
저유가와 중국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중남미에서 역사 속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 경제가 파탄 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말 전국민에 대한 강제노동을 명령하는 포고령을 내렸다. 식량난으로 대규모 아사 위기를 맞자 국민들을 농사 일에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서방에서는 "공산혁명 이후 60년대 쿠바에서 벌어진 정책의 복사판"이라거나 "1919년 소비에트의 망령이 부활했다"는 비판 등이 쏟아지고 있다. 우고 차베스 시절 오일 머니와 포퓰리즘으로 중남미 좌파의 맹주 역할을 했던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몰락이 역사의 역주행을 부르고 말았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에 따르면 문제의 포고령은 전 국민을 60일 동안 농사 일에 동원하고, 필요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원래 베네수엘라는 농업 잉여생산국이었지만 오일 머니로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 이후 농업을 소홀히 하며 식량을 수입해 왔다. 저유가와 중국발 경기 침체로 경제가 파탄나고 현금이 사라지자 곧장 심각한 식량난을 맞게 된 배경이다.
문제는 대규모 아사 위기에 대처하는 마두로 정권의 방식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이라며 외부의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는 밀수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국경을 차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초 굶주린 베네수엘라 여성 500여명이 콜롬비아와의 국경을 넘어 식량과 생필품을 구해오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마두로 정권은 해법으로 역사의 역주행을 택한 것이다.
CNN머니는 "마두로의 방식은 60년대 미국의 교역제한으로 사탕수수 생산량이 급감하자 쿠바의 공산혁명 정부가 채택한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더페더럴리스트 역시 "20세기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뒤늦게나마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마두로의 방식은 소비에트 혁명의 방식과 동일하다"고 했다. 구소련에서는 교수, 엔지니어, 변호사, 작가 등 직업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매년 추수 때마다 농사일에 동원했다. 당시 정권은 이들을 집단농장에 투입했다.
더페더럴리스트는 정권이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삼은 것도 과거 공산혁명과 현재의 베네수엘라의 모습이 겹친다고 지적했다. 구소련에서는 혁명 초기 지주들이 혁명의 적이었다. 이들을 몰락시키고 집단농장제도를 정착하는 일이 진행됐다. 더페더럴리스트는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상점주인들이 정권의 적으로 낙인찍혀 타깃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초 기존 유통망을 무너뜨리고 식량 배급을 군대에 맡긴 바 있다.
다행히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역사의 역주행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날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지난 5월 야권이 제출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 청원이 유효하다고 확인했다. 사흘내 전체 유권자의 20%인 400만명의 청원이 있으면 소환 투표가 시작된다. 소환 투표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대선에서 획득한 750만표 이상을 얻어야 소환을 피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베네수엘라의 국민의 64%가 소환에 찬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