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22일 생활가전 제품의 핵심인 모터와 컴프레서를 생산, 공급해 완제품을 완성하는 '창원 공장'을 공개했다. LG 창원 2공장은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모터,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2공장 모터라인. /LG전자
LG전자 생활가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올 1분기 생활가전 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2분기도 좋은 실적을 예고했다. LG전자 생활가전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수박도 두드려 보고 고르는 것처럼 생활가전의 내부 기술력을 살펴볼 수 없어 궁금증이 크다. 브랜드에 대한 믿음으로 제품을 구입했지만 핵심 기술력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갈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LG전자가 지난 22일 생활가전 제품의 핵심인 모터와 컴프레서를 생산, 공급해 완제품을 완성하는 '창원 공장'을 공개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정수기 등 핵심 경쟁력인 심장부를 당당히 소개하겠다는 자신감이 묻어난 자리다.
LG전자가 모터와 컴프레서에 대해 10년 무상보증을 자신 있게 내건 배경부터 창원공장의 현황을 살펴봤다.
[b]◆세탁기용 DD모터 6초에 한 대씩 생산[/b]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과 성산동에 각각 1, 2공장을 가동 중인 LG전자 창원공장은 생활가전 컨트롤타워다.
24일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1976년 설립된 창원 1공장은 연면적 28만제곱미터(㎡) 규모로, 냉장고와 정수기, 컴프레서 등을, 198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연면적 52만6000㎡의 2공장은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모터,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LG전자는 핵심부품에서 완제품까지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 내에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하면 1층에서 주물 공정으로 부품을 만들고 위에서 제품이 완성돼 현장에서 가혹할 정도의 품질 테스트까지 바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 종합 가전 업체 가운데 모터와 컴프레서 등 부품 사업을 직접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생활가전 핵심 경쟁력인 모터와 컴프레서 위주의 동선을 따라 견학이 이어졌다.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등에 사용되는 컴프레서용 모터는 창원 2공장에서 생산된 후, 창원 1공장 B1동에 있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으로 이동된다.
먼저 방문한 창원 2공장 C동은 세탁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에 들어가는 모터와 에어컨, 냉장고에 탑재되는 컴프레서용 모터 등을 생산되고 있었다.
자석과 코일로 이뤄진 모터는 코일 감기, 코일 연결, 검사 등 크게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모터의 경우 많은 양의 코일을 균일하게 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일이 많이 감길수록 전류가 많이 통해 모터의 힘은 보다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2공장 모터, 컴프레서 생산라인은 총 11개로, 생산품목에 따라 공정 방식과 라인 길이 등이 다르다. 라인 길이는 짧게는 10미터(m), 길게는 50m다. 리니어와 인버터, 건조기 BLDC(Brushless Direct Current), 로타리 인버터, 건조기, DD(Direct Drive), 스크롤 컴프레서 모터 등의 라인이 순서대로 자동화 공정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DD모터는 세탁기,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는 냉장고,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는 에어컨 등에서 각각 최적화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탁기용 DD모터는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모터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일을 감는 설비 10여대는 컨베이어 벨트 위 모터들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천천히 흘려보내고 이었고 코일을 감는 설비 옆에는 무게가 200킬로그램(kg)이 넘는 코일 통이 놓여 있었다.
DD모터 라인에서는 다른 라인과 달리 5대의 로봇이 분주하게 모터를 옮기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코일을 감는 공정도 위쪽과 아래쪽 두 방향에서 동시에 이뤄져 6초에 DD모터 1대씩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b]◆품질 테스트 "이보다 더 가혹할 수 없다"[/b]
2공장 생산라인 옆에는 신뢰성 실험실에서 다양한 모터들의 품질테스트가 한창이다. 작업자들은 에너지 효율 측정을 비롯해 소음과 진동, 수명 등을 실험하고 있었다.
현장 품질검사 담당 관계자는 "국가별 표준 규격보다 더 가혹한 조선에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며 "코드제로 싸이킹의 2세대 스마트 인버터 모터 100여대는 전원을 켜고 끄기를 수 천회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모터는 흡입력 205와트(W)로 무선청소기용 모터 중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LG전자가 10년 무상보증을 할 만큼 품질을 자신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바로 옆에는 DD모터가 심하게 흔들리는 둥근 판 위에 고정된 채 진동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격렬한 흔들림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이 실험에서 DD모터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현장 관계의 목소리가 보다 커졌다. 통과하지 못하면 개발 단계부터 막혔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영하 40도씨(℃)에서 영상 150℃의 저온·고온 사이클 점검부터 염수 분무 시험까지 각각의 핵심 부품은 가혹할 정도의 품질 테스트는 견뎌내고 있었다.
LG전자는 이 같은 모터 기술을 VC(자동차부품)사업부와 연계해 전기자동차와의 시너지도 지속 실험하고 있다.
[b]◆세계 최고수준 모터·컴프레서에 묻어난 'LG WAY'[/b]
이후 지난 2월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창원시로부터 부여 받은 명예도로인 'LG전자로(路)'를 지나 창원 1공장에 들어섰다.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등에 사용되는 컴프레서용 모터는 창원 2공장에서 생산된 후, 창원 1공장 B1동에 있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으로 옮겨진다. 이곳 3개 라인에선 2공장에서 생산된 모터가 장착된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냉장고와 정수기에 사용되는 소형 컴프레서, 일반 컴프레서 등을 생산되고 있었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3초에 컴프레서 1개씩 만들어진다.
맨 안쪽에 있는 생산라인에서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가 70m 라인을 통과하면서 조립, 용접 등 총 10개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LG 창원 1공장은 냉장고와 정수기, 컴프레서 등을 생산한다. 사진은 1공장 컴프레서 라인. /LG전자
모터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리니어 모터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에 투입되면 가장 먼저 코어와 체결된다. 코어는 모터에 전기를 흘려 보내주는 전자석으로 철심처럼 생겼다. 자동화 설비는 리니어 모터의 영구자석과 전자석 간의 간격인 '에어 갭(Air gap)'을 최소화해 더 작은 전류를 만들어내 컴프레서 성능을 높여준다.
리니어 모터는 직선운동을 하기 때문에 가로 방향의 길다란 형태로 피스톤과 4쌍의 스프링을 연결한다. 탄성력이 높은 스프링을 균형이 유지된 상태에서 체결하는 것이 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크기, 형태 등이 다른 컴프레서들 역시 제조 공정이 모두 끝난 후 뒤쪽의 검사실로 모인다. 작업자들은 모든 컴프레서에 대해 진동, 소음 검사를 거친 후 냉매 유출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컴프레서 내부에 공기를 투입한 후 대형 수조에 넣어 기포가 생기는지 확인한다.
이후 컴프레서는 전용 승강기를 이용해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고 검사 공정까지 완료한 후에 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으로 옮겨진다.
건물 앞쪽 신뢰성 실험동에서는 'R-134a' 냉매를 적용한 냉장고용 컴프레서를 테스트하고 있다. R-134a 냉매는 주로 미국에 판매되는 냉장고에 쓰이는 냉매다. 이 곳에서는 작은 서랍 구조의 300여개 설비가 컴프레서 하나하나를 가혹 조건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LG전자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경우, 10년 무상보증을 하는 만큼 전원을 켜고 끄기는 것도 수십만 회 반복한다. 압력과 부하를 높여 부품의 마모가 생기는지를 확인하고, 영하의 극한 조건에서도 냉매가 정상적으로 순환하는지 등을 테스트한다. 컴프레서에 연결되는 부분에 수박만한 얼음이 생길 정도다.
현장 관계자는 "이런 모든 악조건에서 실험이 반복되면서 10년 무상보증을 자신할 정도의 제품이 생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