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를 열고 9월 2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날 서성학 SC제일은행 노조 위원장이 투쟁을 외치고 있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성과연봉제 반대 집회를 열고 9월 2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권의 성과연봉제가 뜨거운 감자다. 지난 19일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 결과 95%의 찬성률이 나왔다. 금융노조의 성과연봉제 저지 총파업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금융노조는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1층에서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투표결과를 발표하며 오는 9월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가 나눠준 노란 종이에는 '해고연봉제 저지·관치금융 철폐 총파업 제1차 결의대회'라고 적혀있었다.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날 노조는 사용자 측이 요구하는 5가지 안건이 철회될 때까지 총력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안건은 ▲임금동결 ▲성과연봉제 도입 ▲호봉제 폐지 ▲저성과자 퇴출 ▲신입직원 초임 조정 등이다. 또한 "금융 공기업의 불법적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화"도 외쳤다.
◆"말도 안되는 영업에 연봉 차등 거부"
노조 측은 집회를 시작하며 "청년희망펀드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영업을 우리에게 시키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마이크를 잡은 서성학 SC제일은행 지부장은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에 대해 "저성과자를 퇴출시키고 연봉이 40%까지 차이나게 하는 안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일 진행된 금융노조의 쟁의 찬반 투표 참여율은 87%였다. 이 가운데 95.7%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금융노조 전체 조합원은 9만5168명이다. 노조 측은 집회 내내 이를 가리켜 "준엄한 명령"이라고 불렀다. 총파업 날짜는 9월 23일이다.
이들은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협의 없이, 정부가 만든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지부장은 "수출입은행은 성과연봉제가 5년째다. 지점장간 임금이 4700~4800만원 정도 난다"며 "열받지 않느냐"고 물었다.
◆노조, "성과제는 노예제"
그는 불안해 하는 환자를 앞에 둔 의사 처럼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했습니까. 사용자가 (임금을) 동결하라하면 동결하고 삭감하라면 해주고…." 이내 흥분하기 시작한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걸 해달라면 해주고 저걸 해달라면 저걸 해줬다. 우리가 무얼 안했나." 그는 성과연봉제를 '노예제'로 규정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는 그 순간 우리는 영원히 종속관계에서 못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 간 경쟁 심화→저성과자 양산→직원 퇴출로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대우조선해양 등 관치금융의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지 말라고도 주장했다.
◆"고객도 힘들어질 것"
금융노조는 결의문에서 "정권의 관치금융으로 실적경쟁에 내몰리거나 산업의 부실화로 고용과 임금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9월 총파업을 포함해 하반기 총력 투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결투쟁가'를 부르며 40여분간 이어진 집회를 마쳤다. 조합원들이 떠난 은행연합회 1층 로비 한구석에는 붉은 천막 하나가 남았다. 18일부터 이어지는 농성이다. 이날 주자는 KB국민은행이었다. 그 다음은 농협, 우리은행 순으로 이어진다. 천막으로 들어갔다.
입행 10년차에서 27년차에 이르는 조합원들은 구조적인 문제를 이야기했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각종 상품이 쏟아져 실적 압박이 더 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통장 하나 만들고 일어나려는 사람 붙잡아다 엉뚱한 상품을 파는 게 성과"라며 "결국 피해는 고객들이 입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막 농성은 무기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금융노조 측은 "천막 농성을 각 지부 본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