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DA "러시아 선수단 전체, 리우 출전 금지해야"
푸틴 "냉전시대 모스크바·LA올림픽으로의 회귀"
국제여론도 "부분 금지" 대 "전면 금지"로 분열
120년 역사의 올림픽 정신이 러시아 정부의 조직적인 도핑이라는 강펀치를 맞았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에서 러시아 정부의 조직적인 도핑 사실을 폭로하면서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올림픽 출전 전면금지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구했다. 올림픽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벌백계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호응해 세계 각지에서 리우올림픽서 러시아를 추방하자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를 추방할 경우 오히려 올림픽 정신을 해치게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청춘을 바치는 선수들의 참가권리를 존중해야하며,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면 출전 금지 조치가 있을 경우, 냉전시대 상대진영의 보이콧으로 인해 반쪽자리로 전락한 모스크바(1980년)·LA(1984년) 올림픽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BBC와 데일리메일을 비롯한 세계 주요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WADA의 러시아 도핑실태 보고서의 요지는 러시아 정부가 2011년말부터 2015년 8월까지 조직적으로 도핑 선수들을 보호했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단이 금메달 3개로 전체 11위에 그친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핑에는 러시아 체육부,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는 물론이고 정보기관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가 가담했다는 보고다. IOC는 WADA의 보고서를 접수한 즉시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에 대해 "스포츠와 올림픽에 대한 충격적이고 전례없는 공격"이라며 "개인이나 기관을 막론하고 가용한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19일 긴급 전화회의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WADA가 러시아의 전면 출전 금지를 요청한데다 이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만큼 IOC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제체조연맹(FIG)은 18일자 성명을 통해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치기까지 한다. 올림픽 출전 권리는 자격을 갖추고 도핑과 무관한 선수에게서 박탈할 수 없는 것"이라며 "선수단 전면 출전 금지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결코 정당하지 못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국제수영연맹(FINA) 역시 FIG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선수단 전체에 대한 출전금지를 요구하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스포츠 전문매체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러시아의 추방보다는) 좀 더 창조적이고 세련된 해법이 필요하다"며 "도핑에 직접 관련된 관리와 선수만을 출전 금지하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WADA 보고서에 언급된 관리들에 조치를 취하겠다면서도 러시아를 겨냥한 정치적 개입이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냉전시대 보이콧 사태로 파행을 보인 올림픽 대회들을 언급하며 올림픽에서 또 다시 세계의 분열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