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사주조합이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본점 2층 벽에 붙인 성명서(왼쪽), 우리은행 본점
우리은행, '우리사주'의 힘…민영화에 엔진역할 자처
우리사주조합 지분율 4.30%, 직원 대부분 우리은행주 보유…"민영화 진정성 직원들도 마찬가지"
'개미도 모이면 코끼리를 넘어뜨린다'.
최근 우리은행 사주조합의 행보와 어울리는 말이다. 민영화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우리은행은 올해 5수생으로서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연내 민영화 성공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우리사주의 힘이 눈에 띈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2014년 말 1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소수 지분을 매각할 때 입찰에 참여해 지분을 취득했다. 이어 추가 매입을 통해 주가 끌어올리기에 힘을 싣는 등 '민영화의 엔진'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분기 공시일인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은행에 대한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4.27%(2884만6724주)다.
앞서 우리사주조합은 2014년 우리은행 소수지분 입찰에 2700만주 매입을 신청해 3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인 바 있다. 당시 참여한 임직원은 1만3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졌던 지난해 7월에도 직원들이 직접 나섰다. 우리사주조합이 시장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 주가 끌어올리기 동시에 민영화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로써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2014년 4% 가량에서 현재 4.27%로 올랐다. 이로써 2대 주주인 국민연금(4.9%)과의 격차가 불과 0.60%로 좁혀졌다.
우리은행 전체 직원수는 1만5798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2000주 가량 우리은행주를 매입한 셈이다. 실제로 다수의 직원들이 우리은행 주식을 5000주에서 1만주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 임원을 비롯해 사원들까지 다수의 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엔 대출을 받아서 대규모 투자한 직원도 꽤 있다"며 "민영화를 위한 주가 끌어올리기 전략도 있지만 우리은행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자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가를 지키기 위한 직원들의 행동이 민첩하다.
최근 윤창현 공적자금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위한 조건으로 '유상증자'를 암시하는 발언을 해 이슈가 된 바 있다. 가뜩이나 브렉시트 영향으로 주가에 타격을 입은 우리은행 주식이 유상증자 발언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반박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자체 재무계획을 통해 충분히 우량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으며, BIS비율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성명서를 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본점 2층 기자실 앞 벽에 '민영화에 찬물을 끼얹은 공자위원장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시했다.
조합은 "윤창현 공자위원장의 '유상증자' 발언으로 순항하던 우리은행 주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칠치고 있다"며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들은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손해배상을 포함한 법적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우리은행 주가는 이광구 행장이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시작하며 5개월 만에 1만원대를 회복했다가 브렉시트결정으로 지난달 24일 9780원을 기록한 후 윤 위원장의 유상증자 발언(26일) 후 9400원대로 떨어졌다. 현재는 다시 9620원까지 올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많은 직원들이 우리은행의 민영화를 기대하고 주식을 다량 매입했다"며 "주가에 따라 민영화 영향도 있지만 본인의 자산에도 타격이 미치는 만큼 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