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온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노후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같이 평안하지만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한때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함께 '유통가의 대모'로 불렸던 신 이사장이 7일 새벽 검찰에 구속됐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포함한 다수의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고 롯데면세점 입점과 편의를 봐준 혐의다. 신 이사장은 또 자신의 세 딸을 아들 장씨가 소유한 유통업체 B사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배당금이 아닌 급여 명목으로 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1983년 롯데백화점 영업담당 이사로 시작해 롯데백화점 상무, 롯데쇼핑 상무본부장,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롯데쇼핑 사장을 지냈다.
그의 뛰어난 사업수완은 유통업계 후발주자인 롯데가 신세계그룹과 함께 유통계의 양대산맥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신 총괄회장이 손가락으로 그룹 인사를 결정하던 '철권통치' 시절이 저물기 시작하고, 롯데에서 신동빈이라는 이름이 떠오르자 그의 그룹 내 입지도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일면서 그가 대주주로 있던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가 롯데시네마에게 영화관 내 매장운영권을 빼앗긴다.
당시 신 회장이 그룹 이미지 회복을 위해 누나인 신 이사장의 중요 수입원을 상실케 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 이사장이 신 회장에게 섭섭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 회장 사이에서 발생한 롯데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이사장은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었다. 신 회장의 해임을 위해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검찰이 신 이사장에 몰아가는 이유가 결국 신 회장을 잡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 이사장이 신 회장을 향해 섭섭한 마음을 품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에서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신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실제 검찰측은 신 이사장의 소환조사에 앞서 롯데면세점 입점 금품청탁과 횡령 혐의 외에도 롯데비자금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신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과거 '일감 몰아주기' 때와 같이 누나인 신 이사장과 선 긋기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신 이사장은 잠실 롯데월드몰 내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린 임직원 대상 콘서트에 신 회장과 참석하고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에도 신 회장과 함께 자리하며 신 회장과 '화해'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신 총괄회장의 피성년후견인 지정 심리에서도 신 회장의 편에 섰다.
이에 대해서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꿨을 뿐 신 회장을 향한 섭섭함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계관계자는 "평소 신동빈 회장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는 신 이사장은 신동빈 회장 체제가 굳어지면서 '지금은 화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현재 구속까지 된 상태에서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신동빈 회장을 걸고 넘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 변호를 맡은 롯데그룹과 달리 신 이사장은 개인 변호사를 통해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신 이사장이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롯데 비자금 수사의 향방 또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신 회장 입장에서는 신 이사장의 구속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누나 신 이사장의 구속을 적극 방어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검찰 수사를 정면 돌파할 카드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며 "진술은 어디까지나 진술일 뿐 그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없다. 신 회장은 신 이사장의 입을 막기 보다는 그룹을 챙기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신 이사장은 "내가 왜 수감되여야 하느냐"며 검사에게 강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