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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메이 대 앙겔라 메르켈, 그리고 둘 사이의 중재자가 될 지 모를 힐러리 클린턴. 세계질서의 전환기를 여걸들이 주도할 듯하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전후 세계질서가 급변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영국에 각각 최초의 여성대통령과 '제2의 철의 여인'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클린턴은 최대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의 면죄부를 받았고, 메이는 총리 경선 1차투표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유럽연합에 대해 강경론을 펴고 있다. 총리에 선출되면 10여년째 독일을 이끌어온 메르켈에 맞서게 된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 오랫동안 미국 외교를 이끌어왔다. 세계질서를 주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계가 세 여걸들에 주목하는 이유다.
5일(현지시간) CNN과 BBC 등 영미의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클린턴은 이날 국가기밀을 개인 이메일로 사용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한 메이는 보수당 대표경선 1차경선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해 온 제임스 코미 FBI국장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로 송·수신한 이메일 중 총 110건이 비밀정보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고의적 법위반의 의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FBI는 법무부에 불기소 권고 의견을 전달했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의 아킬레스건이 돼 왔다. 당내 경선과정 중 이메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곤욕을 치렀고,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은 지지율 추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제 면죄부를 받은 이상 클린턴의 대권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도 클린턴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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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는 클린턴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더 높다. 1차투표에서 참여 의원 330명 가운데 절반인 165명의 지지를 받았다. 2위인 앤드리아 레드섬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1990년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만에 탄생할 여성총리의 영예는 메이가 차지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관측이다. 벌써부터 대처 전 총리에 이어 '제2의 철의 여인'이라는 칭호가 따라붙고 있다.
메이는 칭호에 걸맞게 브렉시트 탈퇴 절차를 서두르라는 유럽연합(EU)의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틀전 언론인터뷰에서 "EU탈퇴를 공식화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 앞서 영국의 협상 위치를 확고히 해야한다"며 "수개월 안 브렉시트를 공식 통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EU를 주도하는 독일의 메르켈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방에는 베아타 쉬드워 폴란드 총리,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 여성 지도자가 많지만 클린턴과 메이는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메르켈과 함께 다른 여성지도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역할을 맡게 된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미 주도의 대서양동맹이 지탱해온 전후 세계질서는 흔들리고 있다. 동시에 전범국이었던 독일은 EU의 중심국으로 국제무대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 여걸들의 행보에 따라 세계질서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