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이 대기업에는 느슨한 반면 중소기업엔 매몰찬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구조조정 기업 현황에 따르면 산은이 주채권은행을 맡은 대기업 중 지난 2005∼2014년 워크아웃에 착수한 곳은 총 24곳이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인 8개 기업(33%)이 현재까지 여전히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8개 기업 중 한창제지 등은 지난 2008년 이후 무려 8년째 워크아웃을 지속하는 곳도 있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조정 기간을 오래 끈 경우가 드물었다.
산은이 같은 기간 주채권은행을 맡은 중소기업 중 워크아웃에 착수한 기업은 총 27곳으로, 이 가운데 현재까지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기업은 4곳(1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전 금융학회장)는 "중소기업과 비교해 오랜 기간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대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높은 협상력으로 정책금융이 대마불사(大馬不死)식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경우 자율협약을 포함하면 장기간 구조조정 진행 중인 기업의 비율은 더 늘어난다.
이 기간 자율협약에 착수한 대기업은 총 9곳으로, 이 가운데 4곳(워크아웃으로 전환한 동부제철 포함)의 구조조정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가운데 워크아웃보다 구조조정 강도가 낮은 자율협약을 체결한 곳은 없었다.
산은이 주채권은행을 맡은 중소기업이라고 워크아웃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회생절차로 전환한 곳이 10곳, 파산 기업이 1곳, 인수·합병(M&A) 등 여러 사유로 워크아웃을 중단한 사례는 6곳이었다.
정상화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중소기업의 경우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다른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달리 대기업의 경우 정상화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판단을 미루며 구조조정 시간을 끄는 곳이 많았던 셈이다.
3년간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4조원 이상을 쏟아 붓다가 최근 회생절차로 전환한 STX조선해양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용진 의원은 "최근 부실사태의 이면에는 산은의 대기업 봐주기식 경영이 있었다"며 "혹여나 대기업과 유착 혹은 부정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