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서 판매중단' 위기 뒤에 바이두가 있었네
>
중국의 검색공룡인 바이두가 애플 퇴출 작전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애플은 현재 중국에서 무명업체인 바이리와 디자인 특허전을 벌이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바이리의 스마트폰인 100C의 외관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시작된 싸움은 지난달 베이징시가 바이리의 손을 들어주며 1차전이 끝났다. 애플 두 제품의 베이징시 내 판매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애플은 행정명령에 불복, 베이징 지적재산권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현재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는 정상 판매 중이다.
선전에 자리한 바이리는 이름조차 생소한 업체라 이번 소송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바이리의 배후가 바이두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징 법원의 판결이 애플에게 불리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곳은 미국의 유력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다. WSJ는 19일(현지시간) 바이리가 중국의 스마트폰 스타트업인 디지원과 무관치 않다고 보도했다. 디지원은 2013년말 바이두가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 투자자가 된 업체다. 중국 내 중소 대리점과 거래하며 특정 대리점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고, 현지 이동통신사와 함께 앱스토어까지 개발·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제작은 물론이고 앱스토어와 OS 개발·운영, 중소 대리점 유통망까지 갖춘 곳이다.
WSJ에 따르면 디지원과 바이리의 사장은 같은 사람이다. 과거 화웨이의 글로벌 휴대폰사업 마케팅 임원이었던 쉬궈시앙이다. 디지원 창업자인 시궈시앙은 바이두가 디지원 지분을 인수하면서 리옌홍 바이두 회장 밑에서 일하게 됐다. 리 회장은 정협위원으로 중국의 IT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정협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 중 하나다. 정협에는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과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처럼 성공한 기업인이 많다.
WSJ는 바이두와 디지원·바이리 간 관계 외에 리 회장 배후설에 대한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황상 배후설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다. 디지원 지분 인수 당시 바이두는 검색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또한 인수 일년 뒤인 2014년말 디지원은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자사의 스마트폰인 100+의 디자인을 도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바이리도 소장에 이같은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애플에 대한 소송전이 바이두가 디지원을 인수한 뒤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베이징시의 행정명령이 그냥 나온게 아닌 셈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두의 영향력이 아닌 중국 내 토종 IT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중국의 국가적인 드라이브가 행정명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핸드백과 스마트폰 케이스에 'IPHONE' 상표를 표시한 중국업체가 애플과의 상표권 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점, 지난 4월부터 애플의 온라인 서점 아이북스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아이튠스가 규제로 중단 중인 점 등이 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