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부실 관리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감사원을 비롯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기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산은의 부실 책임을 일찍 찾아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과연 자유로운가
대우조선의 부실 관리에 대한 감사원의 책임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산은에 대한 처벌이 책임자 문책으로 끝난데다 실질적으로 최고 책임을 져야할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을 포함해 당시 간부급 인사에 대한 조치내용도 모호하기 때문.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은 회장 등 3명의 전·현직 임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토록 금융위원회와 인사혁신처에 통보했다. 하지만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직 유지에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관행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지적은 없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두 산은 퇴직자였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자로 간 셈이다. 낙하산 인사가 총체적 부실을 부른 근본적 원인이었음에도 감사원은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6일 "배 만드는 노동자는 거리에 내몰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와 국민에게 왔는데도 책임을 묻지않는 감사원의 찔끔감사, 반쪽감사, 분식회계와 비리에만 초점 맞춘 검찰조사에 국민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감사원을 질타했다.
이어 "감사원은 산은의 책임만 묻고 정부 책임은 묻지 않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이 지금까지 온 것은 경영진, 산은, 무엇보다 이 상황을 방치하며 국민 세금을 수없이 반복 지원해온 정부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중 산업은행의 경영관리 지적사항 자료=한국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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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산은, 대우조선 부실 관리했다" vs 산은 "…"
감사원은 지난 15일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발표하고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에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산은의 경영관리에 대해 지적한 사항은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 미활용 ▲경영컨설팅 이행점검 소홀 ▲대우조선 자회사 설립·인수 통제 미흡 ▲부당 격려금 지급 승인과 경영평가 부실 등이다.
먼저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사업의 예정 원가를 임의로 줄이는 방식으로 지난 2013년 4400억원, 2014년 약 1조900억원을 과다 계상해 부실을 숨겼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산은은 '재무 이상치 분석시스템'이 있으면서도 활용하지 않아 대우조선의 부실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산은은 2012년 대우조선이 사실과 다르게 제출한 경영실적 자료를 아무런 검증 없이 인정해줬다는 지적도 받았다. 당시 대우조선의 경영실적 평가는 성과급 지급이 불가능하고 경영개선계획도 제출해야 하는 G등급에 해당됐으나, 산은이 F등급으로 잘못 판단해 임원성과급 35억원이 부당 지급됐다.
산은 측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 등의 감사를 꾸준히 받아 왔다"면서 "산은이 대우조선에 대한 재무상태 분석 없이 돈을 빌려주고, 고민 없이 사업 확장을 한 것처럼 기사가 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2011년이면 이미 선박 수주가 다 떨어져서 우리나라 빅3 조선업들이 해양플랜트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고, 정부도 해양플랜트를 '차세대 먹거리'라고 강조하던 시기였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