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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무용지물된 세인트헬레나 신공항의 교훈…영남권 신공항 반면교사될까

세계적 관광지 꿈꿨지만 강한 바람에 항공기 이착륙 위험…정치인 거짓선동에 혈세 날리고 주민생계 막막

세인트헬레나 공항 활주로에 접근 중인 여객기의 모습. 사진=세인트헬레나 정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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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영남권 표심을 노린 신공항 유치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공항 신설에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작용할 경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현재 영국에서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만한 사태가 진행 중이다. 나폴레옹이 잠들어 있는 영국 자치령 세인트헬레나 섬의 신설 공항 논란이다. 이 공항은 남대서양 아열대섬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줄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강한 바람으로 인해 무용지물 취급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진 단계부터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지만 영국과 세인트헬레나 정부 모두 이를 묵살하고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은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데일리메일과 BBC를 비롯한 영국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세인트헬레나 공항은 지난달 개통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강한 바람으로 이착륙시 위험이 커 무기한 연기 중이다. 세인트헬레나 정부는 한차례 이착륙 시범을 근거로 이미 개통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착륙도 강한 바람에 불안한 모습을 보여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세인트헬레나의 오른쪽 끝에 활주로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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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헬레나 섬은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뒤 유배돼 안장된 곳이다. 해안선은 붉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산악지대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구릉과 아열대의 녹음이 우거진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섬 중앙의 나폴레옹 묘지 등 역사유적까지 더해져 떠오르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1800㎞나 떨어진 오지라 관광지로 발전하지 못해 영국 본토의 지원에 생존을 기대야 했다. 영국 정부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런던과 연결하기 위해 공항 건설을 추진했다. 영국 정부의 지원금만 2016년 5월까지 약 5000억원, 2043년까지 약 1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단일사업으로는 영국의 해외영토개발 역사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영국 본토와 세인트헬레나 정부는 관광산업의 부흥으로 세인트헬레나의 자립이 가능할 것이라 선전했다.

하지만 막상 활주로를 만들고 나니 군용이라면 모를까, 보잉여객기와 같은 상업용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셌기 때문이다. 소형 항공기가 본래 방향인 북쪽을 피해 남쪽에서 이착륙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착륙시 꼬리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조종사에게 금기사항과 같았다. 결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계획한 보잉737 정기운행은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정치적 흥행을 위한 과대포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세인트헬레나의 오른쪽 끝에 활주로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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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문가들이 추진단계에서 이같은 위험성을 계속 제기해 왔음에도 영국과 세인트헬레나 정부에게 묵살됐다는 점이다. 양 정부는 심지어 엔지니어회사들이 위험성을 이유로 프로젝트 참여를 철회했을 때도 추진을 강행했다.

현재 양 정부는 공항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제자립이라는 당초의 선전과는 달리 세인트헬레나에 대한 지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어쩌다 사용하는 공항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나올 곳은 영국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에서 몰려들 관광객을 기대하며 연금까지 털어 호텔 등 관광사업을 준비했던 섬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섬 주민인 헤이젤 윌모트(여, 60)는 데일리메일에 "18실 호텔을 짓기 위해 200만 파운드(약 33억원)를 투자했다. 저축과 연금까지 모두 여기에 쏟아부어 한푼도 남은 게 없다. 다른 사람들은 보트나 택시를 마련했다.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을 뿐 도대체 언제 일이 풀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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