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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올랜도 총기 난사사건이 미국 대선전의 모든 이슈를 밀어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도덕적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이민규제' 카드로 이슈선점에 나섰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전통적인 '정치적 올바름'을 따르지만 해묵은 '총기규제' 카드로 맞설 태세다. 트럼프는 미국이 '정치적 올바름'을 챙길 여유가 없다며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웠다. 미국 안팎에서는 전통적인 미국정치에서 벗어난 트럼프의 탈선이 대선 판도를 뒤흔들지 주목하고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 직후 미국의 뉴욕타임스(NYT)와 영국의 BBC를 비롯한 각국 언론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미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목했다. 트럼프가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SNS를 통해 또 다시 논란에 불을 당겼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맞았다. 축하할 일(축하 메시지에 감사)"이라며 "(이슬람에 대한) 강경함과 경계감이 필요하다. 우리는 똑똑해져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와 일시적인 미국내 이동 제한을 주장해 왔다.
그의 글은 동성애자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50명이 죽은 슬픈 사건이 발생했는데 '축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지도자의 자격이 있느냐는 내용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하자 더욱 강경한 발언들을 트위터에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과격주의자에 대한 표현을 쓰는 대신 "테러행위"나 "증오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게 문제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올랜도 사건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미국의 리더십(오바마 대통령)은 허약하고 쓸모없다"고 했다. 허약한 리더십이 테러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해 미국정치의 전통인 '정치적 올바름'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인권 보장 등 미국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도 오바마 대통령은 전형적인 미국식 올바름을 보여줬다. 그는 희생자에 애도를 표시했고, 무슬림을 자극하는 어떤 표현도 삼갔다. 또한 이번 사건이 무분별한 총기허용의 결과임을 재차 지적했다.
클린턴 역시 미국정치의 올바름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 클린턴은 트위터에서 일단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정보 부족을 이유로 추가 언급을 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 발표 이후에야 페이스북을 통해 총기규제의 필요성과 피해자인 동성애자 사회에 대한 위로를 나타냈다. 클린턴은 총기소지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총기소지자격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주장해 왔다. 전미총기협회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와는 달리 도덕주의자의 면모가 확연하다.
문제는 클린턴의 주장이 총기사건에 대한 해법으로서 새로울 게 없다는 점이다. 총기규제는 민주당이 줄곧 관철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미총기협회 등 강력한 이익단체들의 반대에 막혀왔다. 사실상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많다. 공화당 경선주자였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말처럼 총기규제만으로 총기 난사사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는 당초 13일 유세에서 경제문제를 다루고 클린턴에 대한 공격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총기 난사사건으로 '이민규제'로 주제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캠프에서는 '총기규제'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사건 등 연이은 이슬람 관련 테러에 지친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아니면 이번 사건도 고질적인 미국내 총기사건의 하나로 볼 것인가. BBC는 "몇 주 동안 이같은 이슈가 미국 대선을 장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