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1.25%)로 낮춘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 인하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준금리는 농협과 신한 등 9개 시중은행의 여신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비용지수)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수신금리는 은행이 결정한다. 예금과 대출이자 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은행으로써는 수신금리 역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이날 수신상품 금리를 0.1~0.25%포인트 안팎으로 낮추기로 했다.
'리틀빅 정기예금'은 1.55%에서 1.3%로, 'KEB하나 희망지킴이통장'은 다음달 13일부터 연 2%에서 연 1%로 주저앉는다.
같은 날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거치ㆍ적립식ㆍ입출식 수신상품의 금리를 0.05∼0.25%포인트 내린다고 공시했다.
우리은행의 대표예금인 '우리웰리치주거래예금' 1년물은 1.60%에서 1.40%로 연 0.2%포인트 내렸다.
적립식상품인 '율포미적금'은 1년 미만의 경우 1.60%에서 1.35%로 0.25%포인트 하락했으며 우리스마트폰적금도 2.20에서 2.0%로 내렸다.
NH농협은행은 이번 주에 금리를 내릴 예정이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조심스레 지켜보는 곳도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며 "당분간 수신금리를 낮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광주·DGB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시장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여신 금리도 슬슬 내려가고 있다.
KB국민은행 등 몇몇 시중은행은 13일 주택담보대출인 '포유 장기대출' 금리를 0.11%포인트 낮추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은 기준 금리를 떠나서 매일 대출 받는 시점에서 금리가 적용된다"며 "코픽스를 비롯해 CD금리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수신보다는 변동이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리인하로 예대마진 수익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은행들이 ATM과 송금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면제 혜택을 없앴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지하철역과 편의점 등에 설치된 '제휴 ATM' 계약이 종료된 게 와전된 듯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편의점 ATM 등에서 당행과 같은 수수료를 적용해왔으나, 이달 중 제휴가 종료되어 씨티은행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측도 "ATM 수수료 인상은 금리 인하와 관련 없다"며 "이달 20일부터 수수료 올린다는 공지를 지난달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