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두고 해외시장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첫 통신과 방송 간 M&A라는 점에 주목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심사하면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전체 기업결합 심사 중 일부이고,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국내 첫 방송·통신 간 융합 사례인 만큼 충분히 검토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이번 심사에서 해외의 방송대 방송, 또는 방송대 통신기업 간 결합 사례를 모두 참고하고 있다"며 "가능한 비슷한 사례에 접근해 참고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가 끝나면 결과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전달돼 장관의 최종 결정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가 남았다.
◆관계당국의 객관적 잣대는 해외시장 사례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의 M&A에 대한 찬반을 주장하는 각 진영의 대립각은 두 회사가 M&A 인가신청을 제출한 지 7개월이 되도록 여전히 첨예하다.
이번 M&A에 따라 지역 유선방송 독과점화로 이용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해외서도 같은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과, 사업 영역이 동일한 분야의 결합 불허일 뿐 이종 산업 간 기업결합은 모두 허가가 났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M&A를 반대하는 진영은 지난해 미국 최대 케이블TV 기업 컴캐스트와 2위 타임워너케이블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 간 합병에 따라 플랫폼 규모가 비대해져 타사업자 접속제한과 차별이 우려된다는 규제기관의 반대에 M&A를 자진 철회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앞서 2011년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와 T모바일도 규제 기관의 경쟁제한 우려에 따른 반대로 8개월 만에 자진 철회했고, 헝가리와 독일도 독과점 발생을 우려해 허가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 등 이번 M&A를 찬성하는 진영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그런 사례는 동종업계 간 결합일 뿐, 이번 M&A와는 기업결합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은 방송사대 방송사의 합병이고, 무엇보다 방송 외 초고속인터넷 경쟁제한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며 "AT&T와 T모바일 M&A도 통신사 간 합병이고 이 또한 경쟁제한성보다 주파수 문제가 컸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종산업 간 기업결합은 모두 허용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이용자 편익 제고 측면에서 방송과 초고속 등의 결합상품을 경쟁시켜 가격인하와 소비자 편익, 공공이익에 기여하고 있다.
◆통신·방송산업 간 M&A는 모두 승인
예를 들어 미국시장의 경우 통신과 방송 간 M&A로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됐고, 융합서비스를 위한 환경조성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같은 맥락으로 해외에서는 최근 6년 사이 방송·통신기업 간 총 22건의 M&A 중 동종 분야의 결합만 불허 결정이 났을 뿐, 통신과 방송 결합은 모두 승인됐다. 주요 산업에서 컨버전스(융합) 트렌드가 불면서 특히 통신과 방송의 컨버전스가 시너지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화됐으며 통신망을 기반으로 인터넷TV(IPTV)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원 소스 멀티 유즈(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하는 것)' 시대에 적극 대응하려면 통신과 방송의 장점이 서로 결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이종산업 간 M&A에 힘을 실어주며 관련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당사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이번 M&A로 향후 디지털 전환 등 유료방송 시장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해외 동영상 스트리밍 위주의 미디어 소비가 불러올 국내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은 이번 M&A로 국내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의 M&A 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관계당국의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계획은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