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낭만이 아닌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실'이다. 아이의 미래 사회적 지위와 직결되는 중대사다. 태어나는 순간 아이의 미래 지위가 결정된다는 말이 무성하지만 수저계급론에 매몰돼 자녀교육을 포기할 수도 없다. 부모가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아이를 '금수저'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한국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인 교육 이슈 세가지를 골라 살펴봤다. 장원교육·정상JLS·YBM에듀 등 교육업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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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전성시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바야흐로 '학종'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관리 노하우는 학부모의 기초소양이 됐다. 학종이란 대학의 학생부 종합전형의 줄임말이다. 언뜻 대입만 생각하기 쉽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국제중, 외고, 자사고(자립형 사립고), 특목고(특수목적고) 입시에서도 학생부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생부 작성은 교사가 하지만 관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해야 한다. 잘만 관리하면 열 스펙이 부럽지 않은 자료가 되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다. 관리해야할 항목이 10가지나 된다. 인적·학적사항은 기본 항목이지만 ▲출결사항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진로희망사항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교과학습 발달상황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나머지 항목은 모두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 중 입시관계자가 학생부에서 가장 먼저 보는 항목은 학생의 학업 능력을 알 수 있는 '교과학습 발달상황'이다. 단순히 점수나 등급으로 표기되는 성적을 말하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부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기록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다. 각 과목 교사들이 기록하는 학생의 ▲수업태도 ▲발표력 ▲성실성 ▲과제 해결력 등에 대한 평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학생 입장에서는 평소 담당 선생님들과 관계를 잘 맺어 대화를 자주하고 자신의 관심 영역과 특장점을 알리면서 자신의 변화를 꾸준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근 대학들은 교과성적 뿐만 아니라 '어떤 학교생활을 보냈느냐'를 중요하게 보는 추세다. 나머지 항목도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특히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이같은 추세는 더 두드러진다. 학생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서 오류가 있다면 고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교사들은 학년 초, 2학기 시작, 12월에서 2월 사이 등 1년에 3번 정도 학생부를 정리한다. 이때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행정시스템(NEIS)으로 학생부를 열람할 수 있다. 담임교사에게 학생부 출력을 요청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 만약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교사와 상담한 후 수정을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기간의 제한이 있다. 반드시 해당 학년이 끝나기 전, 즉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는 3월 전에 이의를 제기하고 수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독서활동은 학기마다 학생부에 입력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교과 담당이나 담임 교사가 입력하다보니 학생이 읽었는데 반영이 안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평소 독서록 양식을 활용해서 작성하고 학생부에 반영해달라고 교사에게 제출하는 게 좋다. 그리고 사본은 복사해서 보관했다가 면접 때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부 관리팁
Tip 1. 중학교에서는 매년 3월 학생심리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는 학생의 관심분야와 적성을 파악하는 근거자료가 된다. 이것을 토대로 어떤 고등학교, 어떤 대학교를 갈 것인지 논의하는 게 좋다. 중학교 3년 동안 보는 학생심리검사를 절대로 방치하지 말고 진로 계획에 적극 활용하자.
Tip 2. 교내 활동의 장점은 기재가 용이하며 동아리의 경우 본인의 더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가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을 뽑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교내 활동을 충실히 하는 것이 입시에 유리하다.
Tip 3. 동아리나 교내 경시대회가 잘 활성화된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분명히 있다. 비교과 영역을 다양하게 채우고 싶다면 중학교, 고등학교 선택 시 과목별 경시대회나 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는 학교가 어디인지 살펴 진학 계획을 세우자.
Tip 4. 한 학기 동안 많은 양의 공부를 하고 과제를 수행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과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평소 공부하거나 과제를 할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고 어떤 점을 느끼고 배웠는지 간단하게 메모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교사와 상담할 때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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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영어 교육 몇살부터 시작해야 하나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우려면 영어는 필수. 하지만 어린 아이에게 영어를 습관화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뿐더러 자칫 잘못 접근했다간 오히려 반감을 형성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영어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영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연령과 수준에 맞춘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 3~7세의 유아기는 언어를 배우는 최적기다. 이 시기는 모국어뿐 아니라 영어를 배우는데 매우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모국어와 영어는 교육 패턴이 다르지만 잘 활용하면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 시기에 영어교육이 효과를 거두려면 언어 및 인지력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유아들은 문자보다 소리를 먼저 익히기 때문에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인지력을 갖춘 이후 영어 문자 교육을 병행하도록 하면 된다. 시중에는 이를 반영한 영어교육용 애플리케이션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이제 막 유치원에서 벗어나 영어를 익히는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영어에 흥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노래나 신체언어학습법(TPR)을 활용한 온몸으로 익히는 영어다. 아이들은 이러한 통합적인 과정을 당연하게 놀이로 받아들이게 되고, 곧장 재미를 붙여 어려운 단어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영어표현과 단어를 온몸으로 익힐 수 있어 흥미를 심어주는 동시에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영어를 들으면서 동시에 큰 소리로 스토리북을 읽는 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 나온 어린이 전래동화나 명작동화 등을 이용하면 된다. 영어를 낯설게 느끼고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한 단어로 구성된 책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역할놀이와 같이 친구들과 배역을 나눠 함께 읽기, 역할극 하기를 통해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학습량을 정해 두고 듣기와 읽기를 반복한다면 길고 긴 영어 학습 주기에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키울 수 있다.
읽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면 다음은 읽은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가능하면 책에서 배운 여러 가지 지식들을 토대로 영어로 에세이를 작성해보거나 요약을 한 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대화를 들을 때에는 반복 또는 마지막에 강조되는 표현 중심으로 노트를 남기고, 해당 표현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6학년 학생들은 영어 단어 암기의 수준을 넘어 영어를 활용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가 가능하도록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특히 문법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게 된다. 해법은 반복사용에서 찾아야 한다. 실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영어를 활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문법을 습득하게 된다.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의견을 교류하는 연습을 꾸준히 반복하는 게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영어에 대한 노출과 영어 사용을 물리적으로 늘리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어를 사용할 때마다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 구성 및 각각 요소들의 문장 내에서 쓰임, 그리고 그러한 문장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가는지를 의식해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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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실상 이공계 입시의 연장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을 육성하자는 영재교육. 부모라면 '혹시나 내 아이도'라며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영재교육의 실상은 수학·과학분야 입시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부가 영재학급, 영재교육원, 영재학교를 제도화한 뒤 현장에서는 영재학교를 정점으로 한 생태계(사교육 포함)가 만들어졌다. 영재학교라고 해봐야 기존 과학고 중 몇 곳에 새로 예술분야를 곁들여 신설된 학교 몇 곳이 추가됐을 뿐이다. 사실상 과학분야 엘리트 교육이다. 영재학교 졸업생은 의대나 명문대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영재교육을 입시라는 관점에서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영재교육기관의 85% 이상은 영재학급이다.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운영한다. 특별활동, 재량활동, 방과 후, 주말 또는 방학을 이용한 교육이다. 영재학급은 2013년 3011곳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1000개 가까이 줄었고,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 지원이 줄면서 운영비를 학부모가 부담하자 실험도구 부족과 함께 프로그램이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다 추천하는데 최근 경쟁률이 1대1까지 떨어져 지원하면 곧 합격하는 상황이다.
300개가 넘는 영재교육원 중 교육청이 운영하는 곳이 75%에 이른다. 하지만 학생들이 몰리는 곳은 대학이 운영하는 나머지 영재교육원들이다. 지원자 대부분이 영재학교나 과학고 입시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은 해당 학문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대학교수의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실험 기자재 등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 있다. 교육청은 시험을 통해 선발하지만, 대학은 영재교육원 시험이 금지된 상태라 서류심사와 면접만으로 선발한다. 대부분 제출서류는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이나, 영재성 입증자료를 제출하는 곳도 있고 지역별로 영재교육기관 수료자만 지원 가능한 곳도 있다.
영재학급이든 영재교육원이든 교육 내용은 수학·과학의 비율이 80%를 넘는다. 이는 영재학교 진학과 무관하지 않다. 영재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입시에서 수학·과학 교과의 어려운 문제를 출제한다. 올해 영재학교 응시자만 1만5000명에 육박, 입시전쟁이 치열하다. 영재교육이 사실상 수학·과학 엘리트 교육이 된 배경이다.
사실 영재학교란 게 과학고가 대입에 종속돼 과학영재교육을 제대로 못한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2003년 한국과학영재학교 설립 이후 서울과학고·경기과학고·대구과학고·광주과학고·대전과학고 등 5개 과학고가 영재학교로 전환됐다. 이어 올해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개교했고, 내년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개교한다. 모두 합해 800명 가량을 뽑는다. 과학고는 전국적으로 20개교가 있다. 모두 1600명 가량을 뽑는다.
과학고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영재학교는 지필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지만 결국 수학·과학의 교과지식을 묻기는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많다. 올해부터 과학고 면접평가가 지필고사나 다름없는 구술면접고사 식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선행학습 없이 풀기 힘든 문제가 출제되는 까닭에 교육현장에서는 대입을 방불케하는 입시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