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비의 옆에는 제갈량이 있고, 영화 '어벤져스' 아이언맨 곁에는 자비스가 있다. 이처럼 영웅에겐 든든한 조력자이자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뮤지컬 '뉴시즈'에서 배우 강성욱이 맡은 역할도 조력자이자 친구인 데이비 역이다.
뉴시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신문팔이 소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신문사에 정식으로 고용되지 못하고, 배급소에서 신문을 구매한 뒤 손님들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신문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나간 거리 위 소년들이다. '더 월드' 신문사가 신문 배급료를 인상하자, 뉴시즈는 파업을 감행하게 되고 이 중심에는 주인공 잭 캘리가 있다. 그리고 잭이 시련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설 용기를 복돋아 주는 게 데이비다.
"연출님이 데이비 역할에 제가 잘 맞다고 생각하셨나봐요. '뉴시즈'라는 큰 작품에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많이 흥분 됐고, 데이비가 아닌 다른 어떤 역할을 맡았더라도 참여했을 거예요.(웃음) 데이비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뒤늦게 뉴시즈에 합류한 소년이기 때문에 합류하기 전까지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제 마음껏 상상해보고 표현할 수 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스타성을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무대 위 젊은 열기를 표현하기 위해 오디션만 3개월가량 진행됐다. 아크로바틱, 탭댄스, 그리고 다양한 안무를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그 어떤 작품보다 안무 난이도가 높다.
춤에는 영 소질이 없다는 강성욱은 "유일하게 한 장면 배우들과 함께 안무를 하는데 그 장면에서라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배우들을 보면 함께 극을 만들어가는 입장에서도 신기할 때가 많다"고 미소지었다.
잭 역할은 배우 온주완, 서경수, 이재균 총 3명이 연기한다. 강성욱은 이번 작품에서 원캐스트로 합류했다.
"주완 형이 연기하는 잭은 어리고 약간은 철부지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주완이 형과 연기할 때는 잭이 더 좋은 길로 성장할 수 있게 서포트하는 기분이 들고, 경수와 함께 무대에 오를 때는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정말 대장같아요.(웃음) 재균이와 할 때는 정말 친구같이 해요. 재균이는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느껴지는대로 동물적으로 연기하는 편인데 그걸 받아치면서 연기하는 저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하게 되니까 무대 위 상황에 따라 더 많이 보여드리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뉴시즈'는 합창하는 장면이 많은만큼 넘버의 난이도도 상당하다. 강성욱이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시즈 더 데이(Seize the day)'다. 잭이 거대권력 앞에 잠시 주춤할 때 대신 나서서 뉴시즈에게 '지치지 말자.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동기부여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곡이다.
뉴시즈 데이비 역 강성욱 배우 포스터/오디컴퍼니
"'뉴시즈'는 제게 '도전'과도 같은 작품이예요. 전작인 '베르테르'나 '팬텀'에서는 기라성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의지하기도 했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 작품은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거라서 의미가 남다르죠. 선배님들은 항상 느꼈을 책임감을 저는 이번작품을 하면서 전보다 좀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85년생인 그는 2015년 뮤지컬 '팬텀'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그해 '2015년을 빛낸 남우신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5살에 서울예대에 입학했어요. 늦게 연기를 시작했고, 학교도 늦게 들어간 편이죠. 중간에 휴학도 하고, 나이를 먹으니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20대 후반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고 보시면 돼요.(웃음) 그렇게 1~2년 아르바이트하면서 고민만하다가 결국 30살이 됐고, 그때 결단을 내렸어요. '배운 거 도전이라도 해보고 이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 생각하자'고요. 그렇게 지난해 '팬텀'으로 데뷔했죠."
늦은 데뷔에 조바심이 나진 않았을까. 그에게 데뷔를 빨리 했는지, 늦게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본인의 나이대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이여서 즐겁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편집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짜릿한 즐거움이 있지만, 동시에 아찔함도 수반한다.
"아역배우 태경이와 함께하는 무대였는데 그 친구도 어리지만 연기 욕심이 많거든요. 무대 위에서 재미있는 애드리브를 만들어낸 거죠. 서로 이야기를 하고 합을 맞췄으면 좋았을텐데... 순간 머리 속에 새하얘지면서 대사를 까먹은 거예요. 그래서 저도 애드리브로 순간을 모면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죠. (웃음)"
4월 12일~7월 3일 공연되는 '뉴시즈'는 벌써 공연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매일 똑같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지만, 매일 달라지는 게 무대거든요. 배우의 감정과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관객 리액션에 따라 또 달라지고요. 그리고 초반기에 알지 못하는 걸 중반기에 알게되는 경우도 있고, 후반기에 가면 진짜 제가 그 역할 자체가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데뷔 후 운좋게 대극장 작품만 연달에 세 개를 소화한 강성욱은 앞으로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작품 가리지 않고 안해본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