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의 자금을 지원받고도 경영 개선에 실패한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법원에 의한 기업 회생절차) 수순을 밟는다.
이에 따라 STX중공업 등 관계사를 비롯해 국내 은행의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5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한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은 5월 말 부도가 예상된다"며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STX조선에 대해 재실사를 한 결과, 유동성 부족으로 이달 말에 도래하는 결제 자금을 낼 수 없어 부도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산은은 "자율협약 체제에서 내년까지 수주가 남아 있는 선박을 정상 건조해 인도금을 받더라도 부족한 자금은 7000억~1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신규 수주가 없고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하면 부족자금의 규모는 확대되고 정상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과거 부실 수주한 선박의 건조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해외 선주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이와 관련 가압류 등을 추진하고 있어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이후 현재 건조중인 52척의 선박을 정상 건조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조선사로서 계속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적·물적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STX중공업 등 관계사의 손실 발생도 불가피하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금융당국과 협조키로 했다.
산은은 "STX조선 등 관계사가 동반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국내 은행의 추가 손실이 2조원을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익스포저가 많은 산은, 수은, 농협 등 3개 은행의 손실 규모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자율협약을 개시한 이후 회사채 등 비협약채권이 1조4000억원에서 올해 4월 기준 2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38개월 동안 STX조선에 4조원 이상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18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