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 피해 비밀리에 이사회 열어…수출입은행 아직 진전 없어, 시중은행도 '긴장'
금융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계속되는 압박에 노조의 반발에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특히 노사 갈등이 심했던 IBK기업은행까지 도입을 강행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는 올해 금융당국이 꼽은 '금융 개혁'의 핵심 과제로, 금융위는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개인의 성과에 따른 임금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 일단 밀어붙이긴 했는데…
기업은행은 지난 23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 규칙 변경을 결의했다. 이사회는 노조의 눈을 피해 인근 호텔에서 진행됐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물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 개최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은 내부적으로도 이사회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개최 결과 역시 당장 공표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이 마치 영화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식까지 동원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한 이유는 당국의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초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은행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성격을 동시에 띄고 있는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의 모범 사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사내 인트라넷에 성과주의 세부 설계 방안을 공개하고, 23일부터는 전 부서와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성과연봉제 개별 동의서를 징구해 왔다.
기업은행이 제시한 성과연봉제 초안은 과장·차장급 비간부직까지 개인평가를 확대하고, 이를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연봉에 연동키로 했다. 평가에 따른 성과연봉의 차등 폭은 본사 부장·지점장·팀장 등은 3% 포인트, 비간부직 과장·차장은 1% 포인트로 제시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더러 이번 성과연봉제 강행에 대한 법적 소송도 추진할 계획으로 향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는 "개별 동의서 징구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을 이사회에서 처리하는 것 또한 불법"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개별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까지 있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결정할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며, 노조가 없을 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시중은행까지 번지나?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금융공공기관의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밀어붙이기'는 여전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금융공기업 성과중심 문화 확산은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연적 과정이란 인식을 하고 추진해야 한다"며 "이달 중 대부분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국책은행 중 시중은행의 특성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은행권 전반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성과주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임금피크제, 초과이익배당금(PS)지급 여부 등을 놓고 노사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TF를 가동하고 있으며, 농협은행도 성과평가 지표 개발 등을 통해 개인성과 평가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성과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시점이 미뤄지는 차등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금융공공기관 중 아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 3곳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사측에서 운영하는 성과연봉제 TF에서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한 보수 체계 등을 거의 완료했으며, 예탁원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