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여의도 소재 금융감독원 3층에서 권순찬 부원장보가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의 입장 및 향후 처리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들에게 "소멸시효 2년이 지났더라도 자살보험금(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보험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자살 보험금' 2400여억원 지급이 늦춰지자 금감원이 압박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또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보험사에 대해선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발표한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의 입장 및 향후 처리 계획'을 통해 "자살보험금에 대한 생명보험사의 소멸시효 주장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2002년부터 종신보험에 재해사망 특별계약 상품 약관(특약)을 붙여 판매했다.
당시 재해사망 특약 약관에는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하는 경우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는 자살을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신청한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일부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해왔다.
금감원이 ING생명 등에게 약관에 명시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제재했으나, 생보사들이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자살에도 특약 보험금을 주는 보험 계약만 280만건에 달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대법원은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보험사들은 자살한 지 2년 안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ING생명·삼성생명 등 14개 보험사가 미지급한 자살보험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2465억원이다. 이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이 78%(2003억원)에 이른다.
이에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사의 귀책으로 특약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추가 지급을 해야 한다"며 "소멸시효에 대한 민사적 판단을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가 현재까지 지급을 미룬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약관에 명시된 이자율(10% 내외)로 지연이자를 따로 줘야 하는데, 이 금액만 578억원에 이른다"며 "소비자 믿음에 반해 민사소송을 지속하는 것은 보험회사의 윤리경영과 건전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대법원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더라도 보험사가 애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권 부원장보는 "소멸시효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시간을 끌면 소비자 피해가 확대된다"며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보험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권한에 따라 검사 제재 및 시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