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하얼빈의 HIT 로봇그룹 직원이 산업용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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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의 산업현장에서 로봇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 중이다. 단기간에 11만명의 근로자 중 6만명을 로봇으로 대체한 공장까지 나왔다. 올해 안에 독일, 한국, 일본 등 로봇 선진국들을 제치고 최대 규모의 로봇화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산업계는 인구 노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사태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로봇화를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지위를 사수하겠다는 구상이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상하이 인근 쿤산시에 자리한 폭스콘 공장은 로봇을 도입해 이전 11만명이던 근로자수를 5만명으로 줄였다. 로봇이 6만명의 노동력을 대체한 것이다. 쿤산시 관계자는 "애플 하청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은 로봇 도입으로 인건비 절감을 이뤘고, 주변 업체들이 이를 본받아 대대적인 로봇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쿤산시는 중국내 전자산업의 제조기지로 일인당 4000 달러의 소득 수준을 최초로 이룬 곳이다. 폭스콘을 비롯한 대만자본 등 해외자본이 무수히 들어오며 고속성장한 결과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최근 몇년 사이 인건비가 오르며 성장세가 주춤했다. 2014~2015년 시 전체 성장률이 3%대에 머물렀을 정도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로봇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로봇화로 재도약을 노리는 곳이 쿤산시만은 아니다. 또 다른 첨단 제조업 기지인 선전시가 자리한 광둥성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로봇화에 10조원 가까이 투자할 방침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전역에서 로봇화를 통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제조업 노동력 1만명 당 중국은 로봇 36대의 비율이다. 아직 독일(292대), 일본(314대), 한국(478대) 등에는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국제로봇협회(IFR)는 중국 산업의 로봇화 규모가 올해 안에 로봇 선진국인 독일, 일본, 한국 등을 넘어설 것이라며 중국의 로봇화 속도에 대해 "로봇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 2013년 이래 중국은 세계 최대의 로봇 구입처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중국 업계는 단지 산업현장의 로봇화에서 그치지 않고 로봇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만풍과학은 미국 용접로봇업체인 파스린을 인수했다. 파스린은 미국 3대 자동차회사를 포함해 자동차와 중공업 분야에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다. 세계 선두주자의 로봇 기술을 한번에 흡수한 셈이다. 또한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는 세계적인 로봇업체인 독일의 쿠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쿠카를 인수한다면 자동차와 기계 생산 공정의 완전자동화 기술을 획득하게 된다.
중국 로봇산업은 자체 기술개발에도 열심이다. 2000년 전체의 1%에 불과하던 중국의 로봇 분야 특허출원은 이미 2011년에 25%까지 성장한 상태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 최대의 특허 출원국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산업용 로봇 생산량을 지난해 두배 이상인 15만대로 늘리고 이 가운데 50%를 중국제품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기업 사냥이나 활발한 특허출원은 중국 정부의 로봇육성 방침과 같은 선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