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아침(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북쪽 네바다주 사막에서 '초음속열차' 하이퍼루프가 첫 주행시험에 성공했다.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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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단 5초 동안에 불과했지만 세상은 운송기술의 혁명을 목격했다. 11일 아침(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북쪽 네바다주 사막에서 '초음속열차' 하이퍼루프가 첫 주행시험에 성공한 것이다. 철도의 탄생은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하이퍼루프의 등장으로 인류는 또 다른 문명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CBS방송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이퍼루프원(전 HT)이 개발한 추진체는 1초만에 시속 100km를 돌파했고, 다시 1초가 더 지나자 시속 480km를 기록했다. 800m 길이에 불과한 레일 위에서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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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속도는 시속 1224km다. 이날 주행시험에 성공한 3m 길이의 기초 추진체가 온전한 모양을 갖추고 진공의 터널 속을 달릴 경우 시속 1280km를 돌파할 것으로 하이퍼루프원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 이내에 주파하는 속도다. 지상을 달리는 초음속여객기다.
하이퍼루프원은 올해 터널 속을 달리는 주행시험까지 마칠 생각이다. 하이퍼루프의 현실화가 머지 않은 셈이다. 20세기초 동력혁명을 일으킨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고속철도 경쟁에 열중하던 프랑스 국영철도 SNCF도 이같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하이퍼루프원의 롭 로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새로 8000만 달러(약9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GE와 SNCF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에 설치될 하이퍼루프 진공터널 시공도. 상부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자급한다.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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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루프는 고속철도와 마찬가지로 자기부상열차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진공터널을 달려 공기의 저항을 없앤다'는 발상의 전환이 고속철도 속도의 한계(현재 600km)를 뛰어넘게 만든다. 공기 저항이 사라진 결과는 속도의 혁명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소모가 극적으로 줄고, 설비가 마모되는 일도 없다. 터널 건설 역시 표준화된 원통형 부품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태양광 패널을 달면 에너지가 남아돌 정도다. 기존 운송수단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건설비, 유지비, 운영비 등이 저렴하다. 운송비의 혁명이다. 저가의 초음속 여행시대가 열린다는 이야기다.
HTT의 키밸리시티 프로젝트. 붉은 선은 우선 건설되는 하이퍼루프 간선, 푸른 선은 나중에 건설될 지선이다.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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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내 중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를 잇는 하이퍼루프를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두 도시 간 600km의 거리가 불과 30분 거리가 된다. 이 사업을 맡아 추진 중인 HTT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두 도시 사이의 키밸리 지역에 8km 길이의 하이퍼루프 시험트랙을 건설한다. HTT의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키밸리 시티라는 21세기형 도시와 연계될 계획이다. 키밸리 시티는 하이퍼루프와 마찬가지로 100%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를 자급한다.
첫 주행시험은 3m 길이의 썰매 모양의 기초 추진체에 한정됐다. 온전한 모양의 차량이 진공터널까지 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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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가 하이퍼루프의 장밋빛 미래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진공터널 속 초음속주행 기술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퍼루프라는 개념이 제시된지 불과 3년만에 나온 첫 성과다.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놓은 엘런 머스크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루고, 로켓 재활용 시대를 실제 열어가고 있다. 그는 하이퍼루프 개발에서도 하이퍼루프원· HTT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이퍼루프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