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새로 태어나는 은행이 난산(難産) 위기에 처했다. 인력과 시스템 등 열심히 양수를 만들어 왔으나, 은행법 일부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진통을 겪는 모양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지난해 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를 받으며 '국내 1호'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국 또한 '금융개혁의 대표주자'라며 적극 밀어주는 바,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안 등으로 자꾸 일정이 늘어지고 있어 당초 계획했던 연내 출범은 안개 속에 갇혀 있다.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뱅크' 준비법인 사무실(왼쪽), 광화문에 위치한 'K뱅크' 준비법인 사무실
◆입주하고 채용하고…'기둥 세우는 중'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지난달 중순 각각 광화문, 판교에 사무실을 열고 인력과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온라인에 방점을 둔 만큼 임직원 규모가 시중은행의 100분의 1 남짓한 수준이다. 적지만 수준 높은 인력 구성을 위해 두 은행은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공개채용을 이용했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 IT·수신·여신·신용평가시스템(CSS) 등 21개의 분야를 모집했다. 지원 대상은 5년 이상 경력자였으며, IT기업의 우수 개발자는 우대했다. 면접 등을 거쳐 상반기 중에 채용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으로, 인력은 약 200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K뱅크는 필요한 분야별로 개별 채용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50여명의 직원을 1차로 확정한 이후 사업모델 개발, IT시스템 구축 등 분야별로 개별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또 주요 주주사나 전문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인재를 추천받아 풀을 구성키로 했다. 현재 임직원은 7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앞으로 정보기술(IT) 등 일부 직무에는 공채도 시행할 계획이다.
모집 인원이 적은 만큼 경쟁률도 높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KB국민은행 직원 사내 선발 공고에서 20여명 모집에 200명이 넘게 몰렸다. K뱅크에도 우리은행 대리과장급이 100명 넘게 지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사업 성패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기존에 비해 연봉도 10%가량 높고 비교적 수평적인 분위기 등으로 금융권 종사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IT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LG CNS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4월부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으며 오는 11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K뱅크는 우리은행 IT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가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TF팀을 만들어 시스템 분석과 설계 중이다.
◆ 묶여있는 은행법, '국내 1호' 될 수 있을까?
두 은행이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데다 당국에서도 적극 밀고 있어 운영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이 묶여 있어 출범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
현행 은행법 제16조의 2 '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제한 등'에 따르면 은행주식은 개인이든 법인이든 구분 없이 동일인이 10%를 초과해 주식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특히 총자산이 5조원을 초과하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계열사의 경우에는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33%를 초과 소유할 수 있으나, 대기업 집단소속 계열사는 승인받더라도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문제는 카카오와 KT가 모두 대기업이라는 것이다.
IT기업이 대거 지분출자를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주식소유제한은 타격이 크다. 최대 10%까지만 지분소유를 허용한다면 이들이 지속적으로 핀테크 사업을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
이에 금융당국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주식 보유한도를 50%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은산분리 완화(은행법 개정안)' 입법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4·16총선에서 여야의 판도가 뒤집어 진 상황, 여당 의원들이 주도한 은행법 일부 개정안이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예비인가부터 현행법에 맞춰서 준비했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안에 따른 불안 요소는 없다"며 "금융위원회에서도 워낙 적극적이고 은행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에도 공감이 형성됐기 때문에 다음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취지가 기존 금융권에 ICT기업이 들어와서 금융혁신을 이뤄 '메기'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려면 ICT 플레이어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