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확전…오바마 정부, WTO에 12번째 중국 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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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철강 덤핑을 멈추고, 닭고기 시장은 개방하라." 미국이 10일(현지시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양대 경제대국 간 무역분쟁이 확전에 들어갔다. 중국산 철강과 미국산 닭고기는 양국을 대표하는 비교 우위 제품이다. 중국산 철강은 전세계 철강 생산량의 과반을 넘는다. 미국은 닭고기 등 가금류 생산량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간 양보할 수 없는 품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크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의회 기자회견을 통해 "검토 결과 중국이 WTO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규정 위반이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에 대해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게 한다"고 덧붙였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에 대해 "중국은 WTO 규정을 존중하고 준수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미국의 제소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미국 측 주장은 중국이 미국산 닭고기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해 시장진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앞서 2013년 WTO에 미국의 닭고기를 덤핑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미국 농가들이 보조금을 받아 싼 가격에 닭고기를 중국 시장에 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WTO는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국산 닭고기에 대한 관세를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관세 부과 전인 2009년 7억2900만 파운드의 미국산 닭고기가 중국 시장에서 팔린 데 비해 관세 부과 이후인 2014년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소 내용은 관세에 맞춰져 있지만 미국의 불만은 관세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내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닭고기를 비롯한 가금육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발병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가금육 수입까지 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1월 산발적으로 AI가 발병했고,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미국은 현재 철강덤핑 문제를 두고도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철강제품 생산을 줄이는데 합의하지 않을 경우 무역보복을 취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미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중국산 일부 철강제품에 대해 266%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철강과 닭고기가 양국의 주력 수출품인 까닭에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치열한 무역분쟁을 벌여왔다. 2009년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WTO에 제소한 21건 중 절반 이상인 12건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높은 수치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는 TPP의 의회 비준을 위해 중국과 다른 나라를 상대로 무역 규정을 강화하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