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위해 수조원 투입될 듯…조직 확대·업추비 증가·성과연봉제 '버티기' 등 논란 끊이지 않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요즘 국책은행의 상황에 걸 맞는 속담이다. 부실기업에 대규모 대출을 제공한 여파가 상당한 것. 특히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 확충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해운·조선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에는 수 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국책은행은 점포당 판매관리비를 확대하고 기관장 성과급을 올리는 등 안이한 모습을 보여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KDB산업은행 본점(왼쪽),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왜 이 지경까지'…책임론 부상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두 은행의 부실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조선·해운사의 주채권은행으로서 기업 부실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무책임한 경영을 했기 때문.
산은은 지난해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면서 직원이 450명 가량 늘었으나 구조조정을 하진 않았다. 점포 수 역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20곳 넘게 늘렸던 상태를 유지하고, 점포당 판매관리비도 2013년에 비해 15% 이상 늘었다. 판관비를 줄여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시중은행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부실 대출과 관련해서는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해 놓고도 대규모 부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은은 포트폴리오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은은 조선사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대규모 제공하면서 지난해 8월 말 기준 조선업 여신 잔액이 26조원에 육박했다. 수은 전체 기업 익스포저의 21%가 조선업에 집중된 셈이다.
이에 대해 수은 관계자는 "수출 구조상 선박 쪽은 수출입은행의 지원이 많이 필요한데, 배는 RG 발급이 안 되면 수주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RG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선박 관련 여신을 최근 많이 줄여왔으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금융위원회는 산은과 수은에 자구계획 제출을 지시했고, 감사원은 두 은행에 기업 부실 책임을 묻는 내용의 감사를 마쳤다.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은행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행장 등 임원을 줄이거나 이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산은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기관장의 성과급은 전년(1억5400만원) 대비 2700만원 상승했다. 기본급 역시 같은 기간 300만원 올라 1억8400만원을 기록했다.
수은의 경우 지난해 기관장이 1억3000만원의 성과급을 받는 등 연봉이 2억6000만원에 달했다. 상임감사의 급여는 성과급 1억800만원을 포함해 2억6000만원, 상임이사는 성과급 1억2100만원 포함 2억6000만원이었다.
지난 2013년 말 기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1인 평균 인건비 및 근무현황 자료=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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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근속연수 높은데…성과연봉제는 '버티기'
높은 연봉과 근속연수 또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수 조원대의 자본 수혈을 앞둔 만큼 내부적으로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1인당 평균 인건비는 산은 8900만원, 수은 9200만원이다. 이는 시중은행의 평균 인건비인 7900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많다.
반면 직원 근무시간은 짧고 근속연수는 길었다. 규정상의 근무시간을 보면 산은과 수은은 하루 평균 7시간을 일하는 반면 시중은행은 평균 8시간을 일했다. 또 산은과 수은의 근속연수는 각각 31년, 29년으로 시중은행 27.6년에 비해 3~4년이 더 길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산은과 수은에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 확충을 하려면 성과연봉제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철저한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본확충에 대한 국민의 납득이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국책은행의 성과주의 확대 도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책은행은 이미 개별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있으며, 관치금융과 결합한 성과주의를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은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부장급 이상에 대해서는 금융위에서 원하는 차등폭과 평가방식을 충족시키고 있으나 전 직원에 대해서는 아직 확대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과 임금·근속연수 등이 차이가 있는 것은 직원 구성체계에 따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국책은행의 경우 지점도 거의 없고 텔러 등의 특수 직군이 없어 직원 간 임금 차이가 크지 않아 동일하게 비교하면 국책은행의 평균 임금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