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거침없는 막말에 대중의 환호를 즐기고, 미녀들과 염문을 뿌리며 이혼 경력도 화려하다. 빈곤층의 분노를 기반으로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두 사람의 면면은 너무나 닮아 있다. 미국 공화당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대선후보를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와 필리핀을 장악한 세습정치인들을 누르고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두 사람의 이야기다.
일단 막말에서 두 사람은 막상막하다. 두테르테 쪽이 보다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필리핀의 사회수준을 고려하면 트럼프 막말의 수위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은 범죄의 주범이며 강간범"이라고 말했다. 무슬림들에게는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을 성폭행하고 강도질하고 있다"고 했다. 동맹국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 일본, 독일 등 우방들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구걸하는 파렴치한 존재가 됐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내내 기자들과도 마찰을 빚었다. 역시 막말 때문이다. 그는 "기자들은 완벽한 인간 쓰레기들"이라고 했다. 불만스런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게는 그 이상의 거친 언사도 주저하지 않았다. 미국 유수의 일간지 기자들조차 그의 막말에 겁을 먹고 다가가기 망설였다.
두테르테는 필리핀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인해 길이 막힌다며 욕설을 퍼붓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살해된 외국인 여자선교사의 미모를 농삼아 "내가 먼저 (성폭행)했어야 했다"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인권은 아예 무시한다. "범죄자 10만명을 검거해 처형한 뒤 마닐라만의 물고기밥으로 만들겠다"면서 "인권법은 잊으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여성비하는 선거전략으로 활용됐다. 당내 대선 경쟁자인 칼리 피오리나,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한 것이다. 정반대로 사생활에서는 화려한 여성편력을 자랑한다. 그는 모델 출신 미녀들과 세 번 결혼했다. 이바나 트럼프, 말라 메이플스와 이혼하고 24살 터울의 멜라니아 트럼프와 다시 결혼했다. 두테르테는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자신은 엘리자베스 짐머맨과 이혼한 뒤 염문을 뿌렸다. 현재 동거 중인 시엘리토 아반세냐와는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을 두고 있다.
두 사람은 방송인으로도 유명하다. 트럼프는 리얼리티쇼 사회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스타다. 엔터테인먼트사를 운영하고 미인대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트럼프 만큼은 아니지만 두테르테 역시 방송인이다. 자신이 시장으로 있는 다바오시 지역방송에서 '대중으로부터, 대중을 위한'이란 이름의 쇼를 진행했다. 럭셔리자동차는 혐오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이나 야마하 같은 명품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게 취미다. 자신만의 취향이 뚜렷하기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다.
거친 면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좋은 집안에서 자라 고등교육을 마친 엘리트다. 트럼프는 뉴욕의 부동산재벌 아들로 태어나 명문 펜실베니아대학에서 MBA를 마쳤다. 정통 코스를 거친 재벌2세다. 스스로도 사업수완을 증명한 부동산재벌이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남부 정치인 집안의 아들이다. 수도 마닐라 필리핀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데 이어 로스쿨까지 나왔다. 다바오시에서 지방검사, 변호사를 거쳐 필리핀 최장기 시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