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실대출 논란의 중심에 선 산업은행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선·해운업종이 불황을 맞으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수조원의 손실을 앞두고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위험을 파악하고 발을 뺀 시중은행과 달리 대규모 손실을 본 산업은행을 두고 '방만경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실채권이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조선·해운 등 한계 대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매년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나 정부가 올해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 부실실여신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은은 올해 금융권에서 빚이 많은 39개 기업집단 중 12개(30.7%) 기업 집단의 주채권은행이다.
대부분 조선·해운·철강 등 취약 업종에 속한 기업인데다 이 중 절반(6곳)은 본사 또는 계열사가 자율협약 중이거나 자율협약 신청을 추진 중이다.
산은의 부실채권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7조3269억원으로 전년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전체 은행 평균 1.71%의 세 배 이상인 5.68%다.
부실 여신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산업은행에 대해 '부실경영', '방만경영' 등 다양한 질책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인 이대현 부행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업은행이 방만경영을 했다는 지적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비가 올 때 우산이 돼 주는 것이 국책은행, 산업은행의 역할"이라며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이 정상과 부실의 경계에 있을때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자금을 바로 회수하면 그 기업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 쉽게 돈을 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은 정부가 국가정책에 활용할 목적으로 특별법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은행이다. 때문에 단순 이익 창출 보다는 기업 살리기 등을 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시중은행은 리스크를 고려해 대기업 대출에 신중한 편이며,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미리 발을 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상 '비 올 때 우산' 역할을 한다는 국책은행으로서는 이익만 챙기기는 힘들다는 것.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태(부실 대출, 대규모 구조조정 등)에 관련해서는 국책은행의 특성을 고려해달라"며 "산업은행이 사태의 당사자로서 내부적으로 반성도 많이 하고 향후 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을 통해 시스템도 많이 고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