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4년내 원유 의존 끝내겠다" 폭탄선언…"비현실적 야망, 되레 저유가 치킨게임 격렬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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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석유시대의 종언'이 실제 가까워지고 있는걸까.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4년내 원유에 대한 의존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저유가 시대를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한 사우디가 생존을 위해 변신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사상 유례 없는 '최단 기간의 급진적 경제개혁'이라 "원유 없이 비상하겠다"는 사우디의 호언장담을 믿는 이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사우디의 변신 성공을 호언장담한 이는 왕위계승자이자 경제사령탑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다. 살만 왕자는 25일(현지시간) 선언을 위해 수도 리야드로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비전 2030'이라 명명한 개혁안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개혁안과 질의응답 내용의 골자를 일제히 전했다.
개혁안의 핵심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상장하면서 국가소유 지분 5%를 일반 주주에게 팔아 재원을 마련, 국부펀드를 2조~3조 달러 늘려 국내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내용이다. 목표는 현재 사우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에 그친 민간부문을 2030년까지 40~6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비원유 분야의 수입을 2020년까지 6000억 리얄(190조원), 2030년까지 1조 리얄(316조원)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비원유 분야 수입은 1635억 리얄(52조원)에 그쳤고, 이에 따라 세수에서 석유 수입의 비중은 70%에 달했다. 살만 왕자는 "2020년이면 원유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사우디는 살아남을 수 있다"며 "초반에 역경이 있겠지만 이겨내고 비상하겠다"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대다수가 "비현실적인 야망"이라며 원유시장의 급변과 이에 따른 국제정치적 파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선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목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실현가능해야한다. 살만 왕자가 제안한 시간 안에 이같은 개혁을 이룬 나라는 단 하나도 없었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이번 선언은 국제원유시장에 대한 사우디의 영향력이 약해졌음을 방증한다"며 "개혁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오히려) 사우디가 주도하는 원유시장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원유에 대한 수요가 정점에 달해 하락세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며 "(산유국의) 석유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