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룡' 대우조선해양에만 16조원 여신 지원…26일 산업·기업구조조정협의체 논의서 구조조정 급물살 탈 듯
국책은행이 부실 기업 뒤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떠안은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 위험노출액(익스포저)만 21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국책은행은 부실기업 대규모 대출로 자본건전성이 악화된 사례가 다수 있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대한 논의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눈덩이 처럼 불어난 부채를 메우기 위해선 혈세를 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KDB산업은행 본점(왼쪽),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오른쪽)
◆산은·수은, 한계 대기업에 부실 여신 '눈덩이'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 대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책은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취약업종에 대한 대출을 대폭 늘리면서 기업대출 규모가 2008년 34조원에서 지난해 82조원으로 2.5배 가량 뛰었다.
문제는 조선·해운 등 한계 대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도 함께 올랐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1.9%에 불과했던 한계 대기업 비중은 2010년 4.6%, 2012년 7.8%, 2014년 12.4%까지 뛰었다.
특히 '거대 공룡'이라 불리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는 수은이 12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은은 4조1000억원에 달한다.
환매조건부채권·미확정지급보증·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의 내용이 빠진 통계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익스포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경영정상화 약정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데, 여신 분류 등급이 떨어질 경우 국책은행의 건전성도 크게 떨어진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금융 익스포저 1조7700억원 중에서도 주채권은행인 산은 등 특수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진해운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이를 채권단이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럴 경우 정부가 투자한 채권은 휴지조각이 된다.
◆구조조정 본격화…골머리 앓는 국책은행
정부가 올해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국책은행의 부실여신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은은 올해 금융권 빚이 많은 39개 기업집단 중 12개(30.7%) 기업집단의 주채권은행이다.
대부분 조선·해운·철강 등 취약 업종에 속한 기업인데다 이 중 절반인 6곳은 본사 또는 계열사가 자율협약 중이거나 자율협약 신청을 추진 중이라 산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산은의 부실채권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7조3269억원으로 전년대비(3조781억원) 두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68%로 전체 은행 평균(1.71%)의 세 배 이상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28%로 비교적 높지만 조선·해운·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큰 편이다.
수은의 지난해 말 부실여신은 4조374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0.11%로 시중은행 평균치(14.85%)보다 크게 떨어져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면 국책은행의 자본력이 부족해 정부가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기업의 자율협약 신청 시 대주주의 경영권 포기 등의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자구계획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해선 산은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나 후순위채 발행 등의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책 은행의 한계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업황이 나빠지면서 한계 기업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국책 은행으로서 고용, 산업, 국민경제 효과를 고려해 '비 올 때 우산을 뺏을 수 없다'는 차원에서 민간 은행에 비해 대출을 많이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언론에서 나온 현물출자, 산금채 등의 방안은 총선 과정에서 나온 얘기일 뿐 아직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