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에 팔려나간 벌크선…부채더미 위에 앉은 글로벌 해운사의 눈물
베로나사에 단돈 1 달러에 팔린 골든포트의 벌크선 '밀로스'의 모습. 사진=골든포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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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진해운 사태가 한국을 강타했던 지난 주말 영국에서는 보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런던증시에 상장사로 남아있던 마지막 해운사들 중 하나인 골든포트가 6척의 벌크선을 한척당 1달러에 처분하고 상장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바다 위에 띄우면 띄울수록 빚만 늘리는 배를 처분하라는 채권단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다. 중국발 호황기에 벌크선을 늘렸던 골든포트가 중국경제의 침체와 함께 비극을 맞게 됐다고 영국 언론들은 동정했다.
24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나온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초부터 골든포트와 청산 협상을 벌여온 채권단은 지난달 11일자로 부채가 벌크선의 평가액을 넘어서자 지난달 31일 해운사의 대주주인 존 드랙니스 일가가 소유한 소규모 해운사에 벌크선을 팔기로 했다. 지난 22일 골든포트는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일단 회사 소유 8척의 벌크선 중 6척을 단 1 달러씩에 넘기고 남은 2척은 보다 나은 조건에 매입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몇주전부터 회사 주주들은 빚만 늘리는 배들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리스에 근거지를 둔 골든포트는 벌크선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운 불황 속에서 벌크선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은 중국발 원자재 가격 폭락 탓이 크다. 골든포트의 벌크선은 철광석 등 원자재 운송에 집중했고, 최근 몇년간 중국발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직격탄을 맞았다. 2007년 10월 한주당 51.45 파운드에 달했던 주가가 2014년 중반 4.50 파운드로 곤두박질했을 정도다.
골든포트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발 호황을 맞아 벌크선을 늘린 것이 큰 타격이 됐다. 물론 호황기에 선박을 늘린 곳이 골든포트만은 아니다. 각 해운사들은 골든포트처럼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이로 인해 2010년에서 2013년까지 3년 동안 선박 수는 두배가 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원자재 물동량이 줄자 선박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항해에 나서야 했다. 바다 위에는 비용 이하로 운임을 받는 '좀비선'들이 넘쳐났다. 영국 해운업계의 제임스 키드웰은 "해운업을 해친 것은 바로 좀비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