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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일본 최대 생명보험사의 최고경영자가 미국 유력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마이너스금리에 대한 불만이 일본내 만연해 있기는 하지만 재계 최고위층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9일 일본생명보험의 츠츠이 요시노부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WSJ)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금리가 매출은 물론 기업이익의 지속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일본은행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금융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매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행은 마이너스금리의 효과와 문제점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츠츠이 사장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특히 투자와 저축 분야에서 엔화 표시 상품을 판매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일본생명은 실제 지난해 12월까지 9달 동안 3500억엔(약 3조6215억원)의 매출을 낸 상품을 이달에 판매 중지했다. 일본생명만이 아니다. T&D파이낸셜생명보험도 지난달 종신보험의 일부 상품을 판매 중지했다. 태양생명보험은 연금보험 판매를 접기로 했다.
마이너스금리는 생명보험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문제만 낳은 것이 아니다. 지난달 8일 노무라자산운용 등 머니마켓펀드(MMF)를 취급하는 11개 자산운용사들은 펀드운용을 중단하고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MMF는 한때 20조엔(약 214조원)을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던 상품이었지만, 마이너스금리 도입 이후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인 0.02%까지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예금계좌인 예수금펀드(MRF) 역시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수익률이 0.01%대로 떨어졌다. 10조엔(약 107조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규모를 자랑하던 펀드마저 궁지에 몰린 것이다.
마이너스금리는 본래 목표인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 확대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마이너스금리 시행 이전부터 이자수익이 제로에 가까워 일본 예금자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 예금자들 사이에서는 "이자율이 0.01포인트 변해봐야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냥 지켜볼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최대은행인 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의 히라노 노부유키 사장도 "마이너스금리가 투자와 소비를 늘린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