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vs 중' 철강전쟁 불붙나…브뤼셀 철강회담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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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영국 철강산업이 몰락 위기를 맞은 가운데 중국산 철강의 과잉생산 문제를 다루기 위한 브뤼셀 회담이 18일(현지시간) 열렸지만 피해자인 미국·유럽연합(EU)과 가해자인 중국 간 갈등만 키운 채 끝났다. 미국은 회담 후 보복조치를 경고했고, 중국은 격렬히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개최한 브뤼셀 회담에는 철강 생산국 30개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세계적인 철강 과잉생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지만 '신속하고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을 뿐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 등의 불만이 노골화되면서 철강전쟁의 조짐을 나타냈다.
회담 결렬 직후 페니 프리츠커 미국 상무장관과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철강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과잉의 생산·설비를 줄이기 위해 적시에 구체적인 조치를 개시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국 등 각국 정부가 국내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산 철강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대중국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의 선단양 대변인은 "중국은 이미 충분한 정도를 넘어선 조치를 취해왔다. 우리보고 더 무엇을 하라는 말이냐"며 "철강은 산업의 쌀이자 경제발전을 위한 식량이다. 현재 주된 문제는 식량이 필요한 국가들이 식욕부진에 빠진 것이다. 이로 인해 식량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의 철강 감산을 요구하라는 요구에 대해 "어설픈 보호무역주의"라며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은 회담 중에 과잉생산 문제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철강이 과잉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철강의 덤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미국과 유럽의 여론은 극도로 악화돼 있다.
미국 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당국의 반덤핑 판정이 약하다며 고강도의 보복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고강도의 무역보복조치를 공약으로 내세워 이같은 반중국 정서를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 재정부장(재무장관)이 이를 직접 비판하는 등 반발이 커지면서 양국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유럽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최대 업체가 제철소 매각이나 폐쇄를 앞두고 있다. 영국 철강산업 몰락은 물론이고 관련 산업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다른 국가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유럽철강업체 주도로 알루미늄, 유리, 태양광 분야 등 30여개 유럽 산업단체들이 브뤼셀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 유입을 막아야 한다"며 거리 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당시 시위대는 "중국이 시장 형성 가격보다 싼 값에 철강을 유럽에 밀어 넣고 있다. 유럽 철강업체가 당장이라도 문을 닫게 생겼다"며 EU에 무역보호조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