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식 혁신에 이건희 회장의 혁신 DNA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분위기다. 시장 흐름을 따른 시스템 혁신은 닮은 한편, 집중하는 사업에선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신년하례식에서 이건희 회장은 "산업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 그리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자리에서 이 회장은 "20년간 글로벌 1등을 유지한 사업이 있는 반면, 제자리걸음인 사업도 있다"며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인 셈이다. 이 부회장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b]◆이재용 부회장의 닮은 듯 다른 행보[/b]
18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삼성의 신수종사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2010년 그룹은 향후 10년까지 삼성 브랜드를 살릴 새로운 사업을 정하고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태양전지에 누적투자 6조원 ▲자동차용 2차 전지 5조4000억원 ▲LED 8조6000억원 ▲바이오제약 2조1000억원 ▲의료기기 1조2000억원 등 5대 부분에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4만명 이상의 고용창출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바이오사업에는 6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같은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현재 태양전지와 LED는 침체된 분위기인 반면, 자동차용 2차 전지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는 노력에 비례하는 결과를 기대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당장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은 자동차 2차전지(배터리)와 바이오사업이다. 자동차배터리 사업은 삼성SDI가 케미칼사업을 매각하고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신설해 자동차배터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바이오제약도 2013년 상반기부터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삼성은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공장 기공식을 열고, 바이오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룰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 아이텍과의 합작법인 바이오에피스와 함께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과 함께 선두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위탁생산업체라 제품명은 밝히지 못하지만, 시작 단계부터 미국과 스위스 등과의 수주계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 사업에서도 삼성은 최근 몇 년 새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전동수 전 삼성SDS 사장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위촉하는 등 미래 수익원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각설이 돌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의료기기 사업의 중심축으로 보고, 삼성메디슨과 영상진단기기 사업을 확장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못 박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엑스레이 기술 확보를 위해 치과용 CT업체 '레이'와 의료기기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 메디슨을 인수했다.
[b]◆경영환경 급변으로 신수종사업 '재정비' 가능성도[/b]
반면, 태양전지 부문은 일부 방향이 틀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돌고 있다. 시작 직후 담당 조직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철수해 사실상 신수종사업에서 배제됐다는 얘기도 뒤따르고 있다.
LED 부문 역시 신수종사업화 이후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데다 삼성전자에 흡수합병된 이후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정도로만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도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금융지주사 CEO를 잇따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와 금융을 큰 축으로 구상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이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도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식 혁신이 그릴 큰 그림은 경제 변화와 꾸준히 맞물리며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