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군대 PX(국방마트)에서 외국산 담배가 판매될 예정이다. 이에 국내 담배 업계와 담배 생산농가의 반발이 거세다.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국군복지단 주관으로 진행한 PX신규 납품 담배 심사에서 미국과 일본 담배회사를 포함한 3개 회사 제품 4종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심사를 통과한 담배는 미국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 일본 JTI의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 한국 KT&G의 '레종 프렌치 블랙', '보헴 시가 슬림핏 브라운' 등이다.
이들 4종의 담배는 오는 5월 1일부터 1년간 우리 군 PX에서 판매되게 된다. 국방부는 지난 2006년부터 외국계 담배 회사도 담배를 납품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 판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종의 담배가 들어오면 그동안 판매가 저조한 4종의 담배는 PX에서 퇴출된다. 현재 군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총 20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맛, 디자인, 가격 등을 고려해 높은 점수를 받은 품목을 납품 담배로 선정했다"며 "PX 납품 담배 선정은 어디까지나 규정과 공정한 기준에 따른 것으로, 외부적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군의 결정에 반발도 거세다. 국내 담배 업체와 생산농가는 "국방부가 2종의 외국 담배를 군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향후 외국산 담배 도입은 더욱 확대돼 국내 담배 업체와 생산 농가만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서기철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 상무는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국산 잎담배를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 외산담배가 PX에 들어가는 만큼 KT&G의 잎담배 수매량이 줄게 된다. 결국 농가만 피해를 보게 된다"며 "14일 조합장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KT&G측은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 군대도 자국산 담배만 팔고 있다"며 군의 외국산 담배 공급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군이 외국산 담배 회사의 소송제기와 지속적인 압박을 못 이겨 담배판매를 허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외국 담배업체인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카타바코(BAT)는 지난달 28일과 1일 각각 군을 상대로 '납품품목 선정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군의 외국산 담배 허가가 PX담배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군에 5년째 복무중인 장모 중사는 "월급이 적은 군인들은 외국산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한 국산 담배를 더 많이 찾을 것이다"며 "담배는 기호에 따라 크게 갈리기 때문에 외국산 담배가 들어온다고 해서 국산 담배 판매량이 저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