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민·우리·기업은행 11일부터 일임형 ISA 판매…준비 기간 부족·과당경쟁 등 우려 제기
은행권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2차전의 막이 올랐다. 신탁형 ISA만 판매하던 은행들이 투자일임업 자격을 부여 받으면서 일임형 ISA 시장까지 발을 넓힌 것.
증권사에 이어 은행까지 일임형 판매에 가담하면서 ISA 시장이 확대됐으나, 실적을 위해 이벤트 등을 내세운 과당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운용인력이나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충분히 마련할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임형 ISA는 예·적금 외 여러 투자 상품을 담을 수 있는 계좌로, 고객이 상품을 고르는 신탁형과 달리 금융사에 운용을 맡기며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11일부터 판매하는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의 일임형 ISA 상품
◆증권사와 나란히…과당경쟁으로 번질까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은 이날부터 일임형 ISA 판매를 시작한다.
이들 은행은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일임업 허가를 받은 후 지난 8일께 일임형 ISA에 사용되는 모델포트폴리오(MP) 심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은행도 지난달 14일 일임형과 신탁형을 모두 내놓은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본격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일임형 ISA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증권사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은행들은 상품 출시에 맞춰 잇따라 이벤트를 내걸며 판촉 경쟁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오는 5월 말까지 일임형 ISA에 신규 가입할 경우 추첨을 통해 500만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등 가입자 유치 경품으로 총 5000만원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주별 일임형 ISA 가입 고개를 대상으로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총 550만원 규모의 해외여행 상품권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은행들의 이벤트 경쟁에 일각에서는 영업점 직원들이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불완전 판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임형 ISA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설명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시중은행 10곳의 부행장을 소집해 과당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일임형 ISA 전문 운용직을 모집하는 은행들 출처=검색 포털 네이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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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임형ISA 운용직 모집해요"
투자일임업을 처음 선보이는 은행들이 운용인력이나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충분히 마련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ISA 출시 직전에 은행의 제한적 일임 시장 참여 허용 방침이 결정되면서 은행들이 일임형 ISA 상품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촉박했다는 것.
은행들은 일임형 판매 전략으로 '중위험·중수익'을 내걸고 지수연동예금(ELD) 등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연 4~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MP를 만들었다.
국민·신한·기업은행은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따라 MP를 내놨으며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ISA를 출시한다.
NH농협은행은 4월 중순, KEB하나은행은 옛 외환은행과의 전산통합 작업이 완료되는 6월께 일임형 ISA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투자일임업에 처음 진출하는 만큼, 자산운용 노하우를 비롯해 인력 면에서도 증권사에 비해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 포털에 '일임형 ISA'를 검색해보면 은행들이 일임형 ISA 운용 전문 인력을 모집하는 게시글을 다수 볼 수 있다.
현재 일임형 ISA를 출시한 은행들은 자산관리(WM) 전략 부서를 중심으로 일임 자산 운용 조직을 꾸린 상태로, 전문가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에도 리서치, 채권 등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일임형 ISA 인력을 충분히 꾸릴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인력 보강은 아직 필요한 부분으로 계속해서 채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가 투자일임업 경험에 따른 노하우가 있다면 은행은 안정적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며 "아직 시행 첫날이라 장,단점을 비교하기 힘들지만 은행만의 안정성으로 재산증식 차원에서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셋째주부터 일임형 ISA 온라인 가입을 허용한다. 오는 5월에는 상품 수수료 비교공시, 6월에는 수익률 비교공시와 계좌이동 시행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