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몰락. 일본 떠난 외국자금 53조원
>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2013년 9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아 "일본이 돌아왔다. 아베노믹스를 사라"고 말했다. 취임한지 아홉달, 해외자금이 일본 증시로 물밀듯 몰려들 때다. 2년반여 지난 지금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을 포함한 외국인 자금 53조원이 아베노믹스를 불신하며 일본 증시를 빠져 나갔다. 아베노믹스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해 첫날부터 시작해 13주 연속으로 도쿄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해 갔다. 이로 인해 53조원이 도쿄 증시를 빠져나갔고, 토픽스지수(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한 지수로 일본 증시 대표)는 올해 18% 하락했다.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가장 큰 하락이다.
빠져 나간 해외자금에는 블랙록도 포함된다. 일본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버리지 않았던 곳이다. 블랙록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도쿄 증시에 대해 낙관해 왔던 AMP캐피털의 네이더 나에미와 같은 투자자들도 도쿄 증시에서 빠져나갈 기회만 찾고 있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나에미는 "일본은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는 한마디로 경기부양책이다. 아베노믹스를 불신한다는 것은 곧 일본의 경기부양 능력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이 30년간의 장기불황을 결국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노믹스 실패의 결과물인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 기업의 수출 전망은 어둡다. 이는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일본 내 전문가들도 생각이 같다. 스미토모 미쓰이 증권의 수석전략가인 이시야마 히토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일본은행의 부양책은 성과가 없으며 엔화 강세로 인해 기업은 수익감소 위기를 맞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를 재평가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그 자체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타격이다. 아베노믹스는 양적 완화를 통해 자금을 투자와 소비로 돌리겠다는 정책이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투자의 한축이 무너진다. 도쿄 증시의 약 70%를 외국인 자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를 빠져 나간 자금은 되살아나고 있는 미국과 신흥국 증시로 흘러들 전망이다. 다른 나라의 증시 회복이 일본의 자금 유출을 재촉하는 셈이다. 일본으로서는 엎친데 덮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