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뚝심, 화이자의 앨러간 합병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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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에 결국 화이자가 굴복했다. 화이자는 미국의 높은 법인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추진한 아일랜드의 앨러간과의 합병을 포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파나마 페이퍼스'로 조세회피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자 이를 적극 활용했다. 재무부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조세회피 규제안을 시행했다. 의회 내 공화당의 비협조로 법적 제재가 어려워지자 행정부 차원의 규제안을 만든 것으로 화이자와 앨러간의 합병을 정조준했다.
규제안은 미국 주주의 지분율이 합병사의 60%이상이면 일부 규제를, 80%를 넘으면 미국 기업처럼 과세하면서, 미국 주주의 지분율 계산에서 이전 3년간의 국경간 거래를 제외하는 내용이다. 화이자의 2013~2015년 국경간 거래를 제외하면 미국 주주 지분율은 60~80%에 해당된다. 재무부의 과세 대상이 된다. 규제안 발표 직후 화이자 주가가 20%를 넘게 폭락한 배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날 화이자를 더욱 몰아붙였다. 지난 5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예고없이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간 뉴스에는 파나마에서 나온 엄청난 자료들 덕분에 조세 회피가 큰 국제적 문제가 됐다. 다른 나라들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도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미국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문제를 제기했다. 평범한 대다수의 시민들처럼 거대기업과 부자들도 같은 룰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일사불란한 여론몰이에 결국 거대 제약사 화이자는 백기를 들었다. 6일 화이자는 "양사의 동의 아래 합병 추진을 종결한다. 이번 결정은 지난 4일 발표된 미국 재무부의 조치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1600억 달러(약 184조원) 규모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것이다. 화이자가 지불해야하는 파기 수수료만 1억5000만 달러다. 딜로직에 따르면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취소다.
물론 화이자가 깨끗이 물러난 것은 아니다. 이언 리드 최고경영자(CEO)는 같은날 월스트리저널(WSJ) 기고문에서 "미국의 법인세율(35%)은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들며 미국 기업이 해외 소득을 자국으로 가져오려면 세금을 내야만 한다"며 "망가진 미국의 조세 제도 때문에 미국 기업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재무부의 규제안에 "제멋대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앨러간도 거들었다. 브렌트 손더스 CEO도 WSJ에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는) 변덕스럽다. 경기 도중에 경기 규칙을 바꾼 것은 미국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는 CNBC방송에 출연해서도 "재무부가 새로운 규제안을 3년 소급적용하겠다는 방침은 화이자와 앨러간 인수합병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검토해본 결과 이번 규제는 다른 어떤 거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