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자개·도자로 피어난 '한국의 봄'…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개관전 'SPRING'
성태훈과 이헌정 2인 기획전, 매화·나비·새들이 봄을 부른다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개관전 'SPRING' 포스터. 사진=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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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4월 아직 바람이 차가운 봄의 문턱에 매화가 피어난다. 새들의 지저귐에 봄의 향취는 더욱 짙어진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비의 날개짓이 완연한 봄을 부른다.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 개관전 'SPRING'이 갤러리 대형 유리창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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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한국의 봄은 매화가 피어나며 시작됐다. 한국인들에게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는 매화만한 것이 없는 셈이다. 봄의 초입인 7일 저녁 개관전 'SPRING'을 여는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대표 박소정)도 그래서 매화를 선택했다. 갤러리 입구부터 서른네 송이의 매화가 관객을 맞는다. 갤러리 안쪽 곳곳에 매화를 담은 작품들이 보이고, 한쪽에는 갓 피어난 진짜 매화가 가지채로 장식돼 있다. 말 그대로 전시장은 봄이다. 매화 작품 주위로 나비와 새들도 등장한다. 나비가 날아다닐 때 쯤인 다음달 12일 개관전이 끝나니 안성맞춤이다.
이헌정 작가의 도자 매화꽃잎 연출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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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봄을 갤러리로 옮겨 온 이들은 이헌정 작가와 성태훈 작가다. 도예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이헌정 작가는 전통적 표현기법을 현대적으로 되살려 새롭게 봄의 미감을 살려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의 평가다. 이 작가는 브론즈로 매화가지를 만들고 자기로 구운 백매화 송이를 붙였다. 또 자동차 유리창에 검고 붉은 옻칠을 한 뒤 나비와 새 모양의 자개를 붙였다. 전통 속 봄의 전령사들을 현대화된 옻칠, 자개, 도자 등의 기법으로 살려낸 까닭에 '봄'이 아닌 'SPRING'이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다.
이헌정 작가의 도자 매화 설치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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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옻칠을 한 합, 집을 형상화해 옻칠을 한 작품 등에도 자개로 된 새나 나비가 날고 있다. 화사한 옻칠의 오브제 작품 두 점에는 빼곡하게 그려진 새들이 화사함을 더해준다. 이 작가만의 독특한 질감과 형상을 한 도자 항아리들에 살아있는 매화가지를 꽂으니 금상첨화다. 홍 평론가는 "작가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법한 그릇, 자연물(물·흙·풀·나무·돌), 유리, 실, 가구, 동물 등을 작업의 매제로 삼는다"며 "일상이 곧 예술이요, 예술이 곧 일상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평가한다. 개관전에서는 봄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됐다.
이헌정 작가의 자동차 앞유리 위 옻칠(188x86cm)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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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은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나 포시즌스호텔·호텔신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개관전은 이들의 사랑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이헌정 작가의 개관전 작품들.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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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회화로 유명한 성태훈 작가의 작품에서는 매화와 닭이 등장한다. 날지 못하는 닭이 아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닭이다. 홍 평론가에 따르면 날 수 없을지라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 희망 없는 세상일지라도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배어 있다. 개관전 작품에서 그의 닭들은 홍매화가 아름답게 피어난 들판 위를 날고 있다. 전작들보다 화사해진 색채만큼 봄 하늘을 나는 닭에 깃든 메시지도 더욱 희망적이다.
성태훈 작가의 '날아라 닭' 옻칠페인팅(100x80)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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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작가의 작품 역시 전통적인 옻칠을 회화기법으로 현대화했다는 점에서 'SPRING'이라는 영문표현이 낯설지 않다. 홍 평론가는 "그의 옻칠회화 기법은 가벼운 느낌의 화학안료와는 달리 고급스러운 광택을 낼 수 있고, 작품 보존력도 길다. 작품에서 은은하게 우러나는 색과 독특한 기품, 깊이감은 여타 재료들이 따라 올 수 없다"고 평가한다. 성 작가는 개관전 작품에서 옻칠회화에 금가루를 더해 한층 기법을 발전시켰다. 화사한 봄의 느낌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맞은 편 이 작가의 오브제 작품들과의 조화도 자연스럽다.
성태훈 작가의 '날아라 닭' 옻칠페인팅(62x77cm)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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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개별적 나레이션의 이상적 조응을 열람케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꼼꼼하게 감상하기를 권했다. "그래야 작품 하나하나 우러나는 서로 다른 색, 하나의 숨, 두 작가의 곱거나 거친 결의 마디마디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태훈 작가의 '날아라 닭' 옻칠페인팅(60x80cm) 사진=류주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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