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조세도피 사건에 한국인 195명 연루…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씨 첫 실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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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51)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3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조세를 회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회피 추적 프로젝트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참여한 뉴스타파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조세회피처 자료에 노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 이름과 동일한 영문명 'Ro Jae Hun'을 발견했다"며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모색 폰세카는 파나마 최대 로펌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1977~2015년 사이 고객자료가 독일 일간지 쥬트도이체차이퉁에 유출됐고, 쥬트도이체차이퉁은 ICIJ와 협력해 자료를 분석하고 조세도피자를 추적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유출자료는 2.6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뉴스타파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조세회피처 문건에 국내로 주소지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쥬트도이체차이퉁도 가지고 있던 자료를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195명과 관련된 첫 추가조사결과다.
뉴스타파는 재헌씨 조세회피 의혹에 대해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18일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제출된 홍콩 거주민신분증을 찾아냈다며 이를 근거로 재헌씨가 페이퍼컴퍼니의 설립자가 맞다고 주장했다.
재헌씨가 만들었다는 페이퍼컴퍼니는 ▲원아시아 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지씨아이 아시아(GCI Asia) ▲루제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noal) 등 3개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재헌씨는 조세회피 의혹에 대해 "개인적인 사업 목적으로 홍콩에 살 때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을 뿐인데,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헌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이후 1년만에 이사직에서 물러나, 루제스 인터내셔널의 이사직은 김모씨에게, 다른 2개 회사의 이사직과 주식은 중국인에게 양도했다는 설명이다. 김씨의 신원은 불명이다.
뉴스타파는 나머지 한국인으로 의심되는 명단의 인물에 대해서도 계속 추가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국제공조를 통해 한국인 명단을 확보한 뒤 탈세 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 결과, 조세회피 혐의자는 각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총리만 12명, 그들의 친인척 61명 외에 세계적인 거부와 스타들이 망라돼 있어 사상 최대의 조세도피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부친 등과 아르헨티나 대통령, 아이슬란드 총리,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이 포함됐다. 또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 홍콩 출신 영화배우 성룡 등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