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우리은행 청계7가지점 김지찬 부지점장이 마트를 운영하는 상인에게 태블릿PC를 이용해 금융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태블릿PC로 바쁜 상인들 금융상담·수신 업무 등 서비스 제공…"임대아파트 입주자 대출, 가장 보람느껴"
"최근 들어 은행의 '찾아가는 서비스'가 이슈 됐지만 저는 이미 10년 전부터 쭉 해오던 일이에요.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직접 만나 관계를 쌓아가 는게 더 보람 있어요."
동평화시장. 1~2평 남짓한 의류 매장이 빽빽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마치 미로 같다. 한 사람이 다니기에도 넉넉지 않은 좁은 시장 골목을 수십 번씩 오가는 우리은행 청계7가지점 김지찬 부지점장을 만났다.
지난 25일 오후 2시. 김 부지점장은 사무실을 나서기 전 태블릿PC를 켜고 상태를 확인한 뒤 서류 가방에 넣었다. 우리은행이 이달부터 117곳의 영업점에 수신·여신·종합자산관리·체크카드 발급 등이 가능한 태블릿PC를 보급하면서 김 부지점장의 가방이 한결 가벼워졌다.
김 부지점장은 오전에는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만 영업하는 도매상을 대상으로 파출 업무를 나가고, 오후에는 인근 소매상을 직접 찾아가 입금을 비롯한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장 업무는 보통 김 부지점장을 비롯해 경력 35년 차의 장인상 차장(임금피크), 김영진 청원경찰이 함께했다.
지난 25일 우리은행 청계7가지점 김지찬 부지점장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에게 금융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는 상가, 태블릿PC에 눈떠
우리은행 청계7가지점은 근처 동대문 시장과 평화 시장 등 도·소매 시장이 자리 잡은 만큼 행원들과 상인들과의 관계가 돈독하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은행서 걸어서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옷가게였다. 김 부지점장은 상점 주인 A씨의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내내 마치 집안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알고 지내는 사이인 듯 친밀해 보였다. 하지만 사실 알고 지낸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고객으로, 25년 차 경력의 관록이 묻어났다.
김 부지점장은 "고객 중에는 오래 알고 지낸 분들이 더 많지만 이제 막 알게 된 분들도 종종 있다"면서도 "직접 고객을 찾아다니며 영업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젠 어떤 고객과도 금방 친해진다"고 말했다.
체크카드 발급을 위해 간단한 서류 작성과 테블릿PC를 활용한 금융 정보 확인, 서명, 비밀번호 설정 등의 업무가 진행됐다. 업무가 끝나면 음료수 등 간식이라도 하나 대접하려는 상인들과 훈훈한 실랑이를 벌이곤 했다.
동평화시장에 들어서자 타은행에서 이미 영업을 진행 중이었다. 보통 매장을 혼자 운영하는 상인들은 자리를 비울 수가 없기 때문에 은행을 방문하기 힘들다. 상점 한 곳 당 하루에 50~200만원의 돈을 입금하는 '알짜배기' 시장인 만큼, 이에 15여곳의 은행들은 고객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점들에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서는 35년차 직원인 장인상 차장이 연륜을 발휘했다. 앞서 나가는 차장의 발길을 뒤좇는 내내 김 부지점장과 상인들과의 인사가 이어졌다.
25일 동평화시장에서 우리은행 청계7가지점 직원들이 상인들의 입금 업무를 돕고 있다.(왼쪽사진) 직원들이 출장 업무를 마친 후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전자금융 활성화, 대안은 '틈새시장 공략'
두 시간여의 업무를 마친 김 부지점장은 대출 상품 안내를 약속했던 마트의 상인을 찾았다. 김 부지점장의 주 업무가 시작된 셈이다.
대출 업무 중에서도 김 부지점장은 정부 주택기금 대출인 버팀목전세대출 관련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SH공사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보통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 해당 대출을 이용하면 4%가량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김 부지점장은 이 같은 내용의 대출을 직접 소개해서 입주자들이 이용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됐을 때 보람을 느꼈다.
김 부지점장은 "임대아파트 거주자 중에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방문해서 설명을 드린다"며 "지하철이나 마을버스 등을 타고 봉천, 미아, 이문, 금호동 등을 다니며 30여군데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업무만 10년간 1500건을 했는데, 입주자들이 내가 SH공사 직원인 줄 안다"며 "임대 담당자 중에서 날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고 웃었다.
그는 최근 태블릿PC를 이용해 찾아가는 서비스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일일이 서류를 찾지 않아도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아서 보여줄 수 있는 동시에 다양한 업무를 제공할 수 있어 서비스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 김 부지점장은 향후 태블릿PC에 신용 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대출상담 기능이 탑재된다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부지점장은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면서 내점고객이 줄고 전자금융 활성화만 남았다"며 "금융환경은 10년 후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은행 직원도 자기계발을 하고 틈새시장 공략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