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다. 각 이통사들은 2.1㎓ 대역 20㎒를 두고 치열한 배팅을 펼칠 전망이다. 해당 대역 선점은 곧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미래부
[메트로신문 나원재 기자]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주파수를 경매방식으로 재할당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누가 어떤 주파수를 갖느냐에 따라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통신업체들 간의 치밀한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8일 '2016년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계획'을 확정, 공고했다. 미래부는 4월18일까지 이통3사로부터 주파수 할당 신청을 접수하고, 12일 후 본격적인 경매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 공고에 대해 미래부는 급증하는 모바일 트래픽 수용을 통한 이용자 편익 증진과 통신서비스 고도화를 꾀한다는 취지를 밝혔고, 이를 위해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통사들은 이용자 편의와 서비스 고도화를 뒷받침할 능력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는 향후 10년의 성패를 좌우하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파수 할당은 그 첫 번째 과정이다.
[b]◆성패의 단초는 'C블록' 선점[/b]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주파수 경매를 두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이미 치열한 각축을 예고했다. 한 마디로 '폭풍전야'다. 이들의 격전지는 2.1㎓ 대역으로, 이통3사는 20㎒ 폭(C블록)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배팅을 펼칠 전망이다.
C블록은 그만큼 매력적이다. SK텔레콤이 기간 만료로 내놓은 C블록은 2.1㎓ 대역으로, KT와 LG유플러스도 인접한 폭을 사용하고 있다. 또 C블록은 SK텔레콤이 사용 중인 60㎒ 폭 중 20㎒지만, SK텔레콤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입장에서는 C블록을 가져오면 해당 대역에서 보다 쉽게 광대역(40㎒)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의 질을 높여 경쟁사 견제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2.1㎓ 대역에서 20㎒ 폭을 사용하는 LG유플러스가 가장 욕심을 내는 모양새가 됐다. LG유플러스는 이미 2.6㎓ 대역에서 40㎒(D블록) 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2.1㎓ 대역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하게 되면 그만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KT는 D블록에 무리하게 배팅하지 않아도 된다. C블록 대비 20㎒를 더 가지려면 그만큼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2.6㎓ 대역 10㎒(E블록) 폭에 투자할 이유도 없다. 10㎒ 폭으로 광대역 서비스로 전환하려면 주파수 집성(CA)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KT가 C블록을 선점하면 LG유플러스를 견제하면서 폭을 넓혀 나가면서 전략적으로 SK텔레콤에 대응할 수도 있다.
이는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도 C블록을 가져오면 2.1㎓ 대역에서 서비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D와 E블록도 KT와 같은 이유로 부담이다.
미래부가 700㎒, 2.6㎓ 등 광대역 2개(A·D블록)과 인접대역과 광대역화가 가능한 C블록을 사업자 별로 1개 이상 할당 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는 점도 C블록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1.8㎓ 대역 20㎒(B블록) 폭의 경우,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통3사는 이미 1.8㎓ 대역에서 광대역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문제는 C블록을 차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 부담이다. 미래부는 C블록을 경매 후 할당사업자 인접대역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SK텔레콤과 KT가 사용 중인 40㎒ 대역을 재할당 한다며, 이 대가를 C블록 낙찰가와 연동한다는 조항을 덧붙였다.
가령, LG유플러스가 E블록을 부담 없이 가져가겠다는 판단에 C블록에 대한 낙찰가격을 높이게 되면 SK텔레콤과 KT의 부담은 보다 커지는 셈이다. C블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b]◆5G 시대 본격 경쟁 알리는 계기[/b]
상황은 이렇지만, 이통사들이 C블록을 향해 구애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좋은 전략을 세워 C블록을 선점하게 되면 광대역 서비스에 따른 5G 시장 선점도 한결 수월해진다.
미래부는 이번 경매에서 주파수 용도를 5G 등 기술진화에 따라 새롭게 도입되는 표준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한 마디로 C블록을 선점하게 되면 인접대역을 엮는 기술과 기지국, 중계기, AP 등에 투자할 부담도 덜하게 돼 보다 수월해진 광대역을 이용한 5G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이통사들이 사물인터넷(IoT)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지만, 이후 바탕이 될 5G 네트워크에서 투입될 비용을 줄이게 된다면 IoT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C블록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가 낙찰 받은 주파수에 5G를 명확하게 수용시킨 만큼, 5G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도 예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주파수 각 블록의 최저 경쟁 가격은 A블록 7620억원, B블록은 4513억원, C블록 3816억원, D블록 6553억원, E블록 3277억원이다. 모두 합치면 2조5779억원에 이른다. 각 주파수 이용 기간은 C블록이 5년, 나머지 블록은 1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