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고액자산가 전용 점포인 '투체어스(Two Chairs)'에서 고객들이 자산 관리 상담을 받고 있다.
부자 금융자산 400조원, 은행권 자산관리서비스로 공략…감성마케팅 등 서비스 다양화
은행권에서 '고액자산가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는 가운데 수익사업 다변화에 나선 것. 특히 자산관리는 고객과의 장기적 관계 유지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국내 고액자산가의 자산규모가 총 400조원에 달하는 만큼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5년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국내 부자는 약 18만2000명으로, 총 406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계 총 금융자산의 14.3%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부유층의 자산관리(PB)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동시에 비금융서비스를 통한 감성마케팅으로 고객 사로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권, 고액자산가 대상 PB 서비스 확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초고액자산가 고객 등을 대상으로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신한PWM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은행과 자산관리 전문직원이 함께 근무하면서 고객에게 가업승계와 재산상속, 증여 등의 종합자산관리 업무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전국 46개 점포에 PB(자산관리사) 인력을 배치했다. PB서비스 전용 센터인 '우리은행 투체어스'도 서울과 부산 등에서 운영 중이다. 투체어스는 수신 5000억원 이상의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은행·증권·부동산·보험 등과 관련된 상품 제공 및 1대1 상담을 통한 운용 및 각종 법률과 세무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 VIP 고객 전용 공간인 VIP 라운지를 PB센터 수준의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VIP 라운지 '스타 테이블 라운지'를 전국 21개 영업점에 열었다. 국민은행의 PB서비스는 자산 규모와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PB서비스는 자산 5억원 이상, 스타PB센터는 30억원 이상의 고객이 이용한다고 국민은행 측은 전했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과 기업금융사업부(RM), PB사업부, 상속증여센터, 신탁부 등 각 부서가 협력해 기업 승계에 필요한 주식가치평가·절세방안·납세재원 마련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거주 중인 초부유층의 국내 자산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로 '크로스 보더 에셋 매니지먼트(Cross-Border Asset Management)'도 강화한다.
한국씨티은행도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360도' 서비스를 도입했다. 1962년 상황부터 축적된 세계 금융시장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상황 예측과 고객 포트폴리오의 위험예측수치 등을 알려준다. 오는 11월엔 일반은행의 모습을 탈피한 스토어 방식의 '차세대 WM 점포'도 선보인다.
◆부자도 '감성'에 움직인다
수 십 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VIP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은행권에서는 '감성'을 공략하는 추세다. 금융서비스 뿐만 아니라 비금융서비스를 통해 장기고객 만들기에 나서는 것.
대표적인 것이 VVIP고객 자녀들 간의 맞선프로그램이다.
KEB하나은행은 20년 전부터 'HPBM'이라는 자녀 만남행사를 진행했다.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호텔이나 선상에서 단체 미팅 행사를 열거나 고객의 요청에 따라 PB사업부 내 커플매칭 전문가가 자녀의 프로필을 파악해 만남을 주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도 지난 2006년부터 고액자산가 자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맞선프로그램 '신한PWM 2세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출신 전문가를 채용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정기적으로 미술관 전시 등 문화행사와 골프, 와인모임 등을 개최해 VVIP 고객끼리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열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매칭서비스를 2014년까지 운영하고 현재는 폐쇄했으나, 경영 2세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국민은행도 고액자산가를 위한 비정기적 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는 금융자산에 투자할 여력이 많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안정적 수익원'으로 볼 수 있다"며 "보통 예금 등 수신상품 위주를 이용하며, 펀드나 방카슈랑스 등으로 비이자수익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 들어 ISA출시 등으로 인해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시점에서 연령층이 높은 VVIP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VIP도 이용할 수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는 은행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