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더 사람 같아진 로봇 '치히라 3탄' 공개
>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사람과 분간하기 힘든 로봇이 영화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의 BBC에 따르면 도시바는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국제관광박람회에서 여성을 닮은 치히라 시리즈 3탄을 발표했다. 이날 해외서 처음 공개된 '치히라 가나에'는 전작인 '치히라 아이코'와 '치히라 준코'보다 움직임이 부드러워지고 언어구사 능력도 향상됐다.
치히라 가나에는 박람회 안내 데스크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전 모델은 일본어, 중국어, 영어, 수화가 가능했지만 치히라 가나에는 독일어까지 구사했다. 도시바 연구개발센터의 도쿠다 히토시는 "(치히라 가나에는) 어떤 종류의 언어 처리 시스템과도 결합이 가능해 다른 언어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히라 가나에는 동작도 더 부드러워졌다. 도쿠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해 기압 시스템을 향상시켰다. 기압이 불안정하면 로봇의 움직임이 진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제 로봇의 움직임이 더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하지만 치히라 가나에를 향한 관심은 기능 향상보다는 이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닮은 외모였다. 도쿠다는 "치히라 가나에는 노인세대가 좋아할 만한 외모를 가졌다. 노인세대들이 호감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치히라 가나에를 관광, 서비스사업에서 뿐만 아니라 노인을 위한 보건 분야에서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로봇에게는 민망함이나 어색함 없이 원하는 질문을 모두 할 수 있어 인간형 로봇과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점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서구에서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살인기계를 떠올리며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로봇공학자인 노엘 샤키 영국 셰필드대 교수는 BBC에 "치히라 가나에는 로봇 자체로는 훌륭하지만 사이코 킬러와 같은 인상을 풍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에서 실시된 조사를 보면, 일본에서는 인간과 구분하기 힘든 로봇을 원하지만 미국과 서구의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로봇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기계(의 외모)에 속는 것보다는 내가 상대하는 게 로봇이라는 것을 확실히 아는 편이 좋다. 그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