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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배전선 31%·차량 2700대 수명 다해…교체만 5조원

올 들어 알려진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하철 사고·장애가 10건을 넘었다. 2월 3일에는 사망자까지 발생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지난달 26일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던 직장인들은 대혼란을 겪었다. 오전 7시 40분 경 역곡역을 지나던 동인천발 용산 급행 전철의 출입문이 고장 나 멈춰버린 것.

출근시간을 계산해 나온 직장인들은 느린 완행전철로 갈아타야만 했고, 뒤이어 온 완행전철은 급행전철에서 옮겨탄 인파로 붐볐다. 급행전철 출입문이 바로 재가동되며 운행은 재개됐지만 직장인들은 아침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고에 대한 코레일 측의 대응자세다. 기자가 고장 원인과 평소 정비 절차 등에 대해 담당 기관인 코레일에 문의했지만 코레일 홍보실 측은 "해당 내용을 들은 바 없으니 관제실에 확인하고 연락주겠다"며 답변을 미뤘다.

이후 코레일은 연락을 주지 않았고, 수차례 시도 끝에 오후 4시 50분경 통화가 이루어졌으나 홍보실의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아 "해당 내용에 대해 이미 답변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며 "장애 원인은 조사 중이며, 선제적 대응도 하고 있지만 노선이 길고 노출된 선로도 많아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설 노후로 인해 고장 가능성은 높아져

1월 6일 4호선 전동차 단선을 시작으로 올 들어 수도권에서 발생한 지하철 사고·장애는 알려진 것만 10여 건에 이른다. 이 같은 장애의 원인으로는 설비 및 차량의 노후와 예산 부족이 지적된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송배전선 중 기대수명 25년을 넘긴 전선은 전체의 31%에 해당하는 619㎞에 달한다. 내진기준 없이 만들어진 구간도 53.2㎞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보강은 요원하다. 서울메트로는 관할 구간 내 전선 교체와 시설물 보강에 3조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노후 차량도 문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도입 20년이 넘은 노후 차량은 서울메트로 1184량, 서울도시철도 834량, 코레일 671량에 달한다. 오는 2020년까지 노후차량 1250대를 교체하려면 1조78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운영기관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1월 11일부터 노후차량 전수조사를 거쳐 지난달 26일 '도시철도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노후 시설물 교체와 20년을 넘은 노후 차량에 대한 5년 주기 정밀안전진단 실시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관련 예산 조달에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일 수인선 인천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하차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일부 승객들이 수동 개폐장치를 이용해 전동차에서 나가는 상황도 벌어졌다. 송도역에서 인천역을 잇는 수인선 2차 구간은 지난달 27일 개통했다. /오세성 기자



◆인력·부품 총체적 부족…정비 안 하기도

시설 노후가 잦은 장애의 진짜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27일 개통해 최신 설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수인선 인천-송도 구간에서도 개통한 지 사흘 만에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후 1시 경 수인선 인천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수동 개폐기로 탈출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인천역 역무원은 "지금까지 잘 작동했는데 왜 갑자기 안 열렸는지 모르겠다. 새로 설치한 기기라 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문제는 충분한 인력 배치가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철도노조 박문영 수원전기지부장은 "지난달 27일 수인선 2차 구간이 개통됐음에도 1차 구간을 개통하며 배정했던 14명의 송·배전 등 전력계통 담당 정원을 없앴다. 예산을 이유로 신규 인력 충원 없이 확장된 노선을 운영하다보니 업무가 과중돼 안전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레일과 달리 무임승차에 대해 국고지원을 받지 못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익명을 요구한 20년 경력의 서울메트로 정비사는 "부품이 부족하고 인력들의 숙련도도 낮아 차량 정비를 하지 않고 그냥 서명만 해서 내보낸 일도 제법 있다"며 "다들 비슷한 상황이지만 노후차량이 많은 서울 메트로에서는 사고가 더 잦다"고 말했다.

그는 "'막판(전동차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경우 국내 제품은 기술력이 부족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예산 문제로 부품을 적게 들여오고, 한 번 주문하면 들여오는데 6개월까지 걸리니 부품 돌려막기를 하거나 눈으로 대충 보고 괜찮다 싶으면 그냥 넘기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9호선의 경우 신입 정비사들뿐이라 정비 동영상을 만들고 정비사들이 영상을 흉내 내는 상황"이라며 기관들이 예산 절감을 위해 정비 인력을 외주로 전환한 문제도 지적했다. 고용여건이 나빠 정비사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며, 정비 숙련자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메트로 유성권 비정규지부장은 "6년차 근무자의 연봉이 식대 등을 포함해 2400만원 수준"이라며 "노후차량이 많은 만큼 잦은 정비가 필요한데 높은 사고 위험과 박봉 등으로 이직하는 인력이 많고 숙련자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이 전동차경정비 위탁업체 정비사 12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정비사들은 안전에 영향을 주는 필수 업무(90.4%)를 수행하면서도 대부분 최적의 정비는 이뤄지지 않는다(88.5%)고 응답했다. 지난 1년간 비상대응 교육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정비사도 98.4%였다. 위탁업체 정비사 93.6%가 고용불안정, 저임금, 차별대우 등을 이유로 이직을 고려했고 이들의 평균 경력은 5.6년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156명의 정규직 정비사 중 80.2%가 위탁업체 정비사들의 업무가 안전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82.1%가 차량 정비를 직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권 비정규지부장은 "정비사들을 직영으로 전환해 산재처리 등의 보장을 제공한다면 숙련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고 지하철 사고·장애도 현재보다 더욱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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