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 국영기업들이 빚을 내 인수합병에 열중하고 있어 중국 경제의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무더기로 중국 국영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도 부채 위험 때문이었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들의 자산 대 부채 비율은 2007년 55%에서 2016년 3월 현재 62%로 급증했다. 중국경제전문가들은 국영기업들이 재정 상태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만 열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칼라이 필레이는 "국영기업들이 재무제표부터 살펴봤다면 이제까지의 대규모 인수합병들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중국 국영기업 중 한 곳인 중국화공은 중국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430억 달러에 세계적인 종자기업 신젠타를 인수하기로 했다. 재정 상태를 고려했다면 불가능한 인수합병이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중국화공은 전년도 영업이익(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의 9배가 넘는 1565억 위안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국제기준으로 8배가 넘으면 채무과잉이다. 중국화공은 채무과잉 상태에서 기록적인 인수합병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화공이 신젠타 인수를 위해 500억 달러의 빚을 졌다고 전했다.
국영 식품업체인 중국량유식품은 네델란드 곡물회사 니데라에 이어 최근에는 아시아 최대 원자재 거래업체인 노블그룹의 노블애그리까지 인수했다. 이로 인해 부채는 자산의 52배로 뛰었다. 역시 국영 식품업체인 광밍식품은 지난해 영국의 위타빅스를 인수했다. 광밍식품의 부채는 자산의 24배에 달한다. 중국화공, 중국량유, 광밍식품의 인수합병은 몸집을 키워 세계적인 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전례에 비추어 무리한 인수합병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중국의 대표적 국영기업인 중신그룹은 과거 호주광산 투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무리한 인수합병을 위해 돈을 빌려줄 곳은 많지 않다. 실제 중국 국영기업들은 국내 은행이나 그림자금융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은행들의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돈을 빌려준 것이나 다름 없다. 인수합병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 전체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 국영기업 38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는 이유가 됐다. 당시 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국영기업에는 중신그룹, 중국이통, 중국건축공정, 중국야금과공, 공상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 등 중국 경제의 주역들이 망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