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삼성전자, LG전자가 기업 간 거래(B2B)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매출을 주도하던 스마트폰과 TV 등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속에서 시장규모가 줄자 B2B 시장을 공략해 보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B2B 거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와 달리 진입장벽은 높지만 한 번 거래처를 개척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특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최대 B2B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Integrated Systems Europe) 2015'에 참가해 다양한 상업용 디스플레이인 사이니지를 선보였다./삼성전자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B2B 사업은 자동차 전장사업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 속에 자동차 부품시장이 전자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전사 조직인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올해는 시장 진출 초기인 만큼, 제한된 영역에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세계 최고로 꼽히는 반도체 제조기술과 연계해 사업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인 사이니지 시장도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이니지는 공항의 비행기 출·도착 현황이나 식당의 메뉴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어 향후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처음으로 유럽 최대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ISE에 전시 부스를 꾸리고 LED 사이니지와 아웃도어 사이니지, 세계 최초의 베젤 비디오월, 전자칠판 등을 전시했다.
또 모바일 시장을 경우 보안 솔루션 '녹스'를 앞세워 B2B 시장을 공략 중이다. 모바일 기기를 업무용으로 사용할 때 보안 솔루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녹스가 적용된 단말기를 최근 'MWC 2016'에서 선보인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 등을 통해서 확대하는 것은 물론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개발자들을 모으고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B2B 시장 확대 의지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권 부회장은 "올해 스마트폰, TV, 메모리 등 주력 시장에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이 심해질 것이지만 B2B와 콘텐츠 서비스 등 신사업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면서 올해 B2B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났다.
LG전자도 전장사업과 더불어 빌트인(Built In) 가전제품, 상업용 가전제품 시장 확대를 모색 중이다.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가 출범한 지 2년여밖에 안되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GM의 차세대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의 전략적 사업파트너로 선정됐고, 벤츠와는 무인차의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고객과 품목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가 미국시장에 선보이고, 빌트인 가전사업을 대폭 확대한다./LG전자
LG전자는 또 빌트인 가전사업을 집중 공략 중이다. 국내는 물론 지난 2013년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인 'LG 스튜디오'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600여개 유통채널에 진입하며 사업 인프라를 확대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대비 두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에는 LG라는 이름을 뺀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선이고, 5년 내 빌트인가전시장에서 '톱브랜드 5'에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전자는 가정용 세탁기 시장에서 이어 상업용 세탁기 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LG전자는 B2B 사업기반과 유통거래선과의 협력관계를 토대로 올해 글로벌 상업용 세탁기 시장에 본격 진출해 사업 규모를 전년 대비 2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B2C 시장과는 달리 B2B 시장은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지만 일단 거래가 시작되면 상당 규모의 물량과 연관 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다"며 "특히 거래 기업이 성공하면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