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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과 일본이 해외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경제침체 상황에서 돌파구를 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블룸버그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1~2015년 4년동안 해외 인수합병 규모가 389억4000만 달러(약 47조8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은 2758억9000만 달러(약 338조5000억원), 일본은 3019억5000만 달러(약 370조5000억원)으로 각각 우리나라의 7.1배와 7.8배를 기록했다. 건수로는 한국 347건, 중국 1276건, 일본은 1778건이었다. 경제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대두되면서 중일 양국의 인수합병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398건, 908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58%가 급증했다. 일본도 401건, 701억1000만 달러로 건수로는 역대 최다였고, 금액으로는 2012년 다음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66건, 106억9000만 달러였다.
특히 중국의 인수합병은 무서운 기세다.
중국의 국유기업인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중국화공)는 이달 스위스의 세계적인 종자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했다. 미국 당국의 허가 여부가 불투명하긴 하지만, 최종 인수에 성공한다면 중국화공은 미국의 몬산토, 듀폰 등과 세계 종자시장을 양분하게 된다. 역시 국영기업인 펑신그룹은 우리나라보다 더 큰 면적의 호주농장을 노리고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칭다오 하이얼이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 완다그룹은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로 했다. 특히 첨단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산업에서 중국은 국영기업이 중심이 돼 미국 당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본이 부족하면 컨소시엄까지 구성해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중국의 보안업체이자 3대 모바일 게임업체 중 하나인 치후360은 다른 게임업체인 쿤룬 등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노르웨이의 모바일 브라우저 업체인 오페라소프트웨어를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많다. 시코노믹스(시진핑 경제학)의 핵심이 국유기업 개혁이고, 이는 인수합병을 통한 공룡기업의 탄생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 간의 인수합병은 구조조정의 성격을 띠지만 해외 인수합병은 국내경제의 침체를 만회할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우리 기업들도 이같은 중국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기업이 성숙 단계에서는 자체 역량만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인수합병 전략으로 넘어간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인수합병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 알지만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실패 사례가 많아 우리 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의 활발한 해외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도와줄 자본시장의 발달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