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정치논리에 반발하고 나선 영국 HS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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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추진하는 영국내 정치논리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브렉시트 즉시 런던의 본사를 프랑스 파리로 옮기겠다는 경고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우려된다며 홍콩으로의 이전계획을 백지화한 직후 나온 경고라 더욱 주목된다. 영국 정부는 HSBC를 붙잡기 위해 규제 완화와 감세 카드를 내놓아야 했다. 브렉시트 문제는 이번 주 고비를 맞는다. 이틀 뒤 시작되는 협상에서 유럽연합(EU)가 영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오는 6월 영국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SBC의 스튜어트 걸리버 최고경영자(CEO)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투자은행 직원 1000명을 파리로 이주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런던이 금융허브로서의 위치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개혁된 EU에 남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HSBC는 런던에서 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HSBC가 런던을 떠난다면 런던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라는 위상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영국 정부는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 부담을 늘렸지만, HSBC가 홍콩으로 떠나겠다는 협박에 굴복해야 했다. 전날 HSBC가 런던 잔류 의사를 밝히자 영국 정부는 성명을 통해 "HSBC의 잔류 결정은 영국 정부의 경제계획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실상은 대형 은행에 대한 징벌적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HSBC의 다리를 붙들고 늘어져 홍콩 이전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HSBC의 협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브렉시트는 영국 보수당 정권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시된 총선에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보수당은 압도적 지지를 받아 재집권에 성공했다. 캐머런 총리는 현재 약속한 대로 브렉시트를 위한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오는 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례 정상회의에서 EU집행위원회에 영국의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데 따른 불이익 해소, EU 시민권을 가진 이주민에 대한 근로복지 혜택 제한 등이다. 영국내 브렉시트 바람을 부른 원인들이다.
하지만 타결 전망은 밝지 않다. 캐머런 총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양해를 구했지만 실패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협상 과정이 대단히 취약해 유럽 붕괴 위험이 실재한다"며 "한번 깨진 것은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