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보수 대법관 죽음에 미 정치권 들썩…사법권력 이념지형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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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앤터닌 스캘리아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13일(현지시간) 사망으로 대법원에 돌연 공석이 생기면서 후임 지명을 놓고 미국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고 연합뉴스가 미국 현지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수 대 진보 간 5대 4의 구도가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화당은 차기 대통령에게 지명권을 넘길 것을 요구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명권 행사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치 맥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차기 대법관을 결정하는 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공석은 다음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채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입을 모아 대법관 임명을 미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드 크루즈는 트위터를 통해 "차기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도 "(지명을) 미루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 지명을 막는 것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후임자를 지명해 헌법상 주어진 내 책임을 완수할 계획"이라며 "그럴 시간이 충분하며, 상원도 지명자에게 공정한 청문회와 투표의 기회를 주는 책임을 완수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 지명을 하게 되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처음으로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한 대통령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엘리나 케이건을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또 다시 진보 성향 대법관을 지명할 경우 지금까지 보수 5, 진보 4로 갈렸던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역전된다. 대법관의 성향은 주요 정책 추진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당장 올해 대선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으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종신직인 미국 대법관 임명은 대통령의 지명과 상원의 승인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공화당이 상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를 상원에서 저지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무난한 상원 통과를 위해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대법관을 지명할지, 아니면 상원에서 가로막힐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유권자들을 자극할 진보적인 대법관을 지명할지 선택지가 주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