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농업과 함께해온 인물이 있다. 오래도록 한길을 걸어온 이들은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그만큼 쉽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서 오래 근무한 이들이 변화에 인색하다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1977년 농림부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사장을 만나면 이같은 편견이 이내 사라진다.
매일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가자며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김 사장은 현 정부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창조'와 '혁신'을 실천하는 인물이다. 임직원들의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피곤한 사장 만나기 힘들다"는 너스레도 그가 남다른 열정을 가진 것에 대한 반증이다.
메트로신문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김재수 사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서울 양재동 aT센터 이곳저곳을 직접 안내하며 농업의 미래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 그에게 꿈을 이야기하는 소년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 지난해 11월 재연임으로 올해도 공사를 이끌어 가게 됐습니다.
"재임기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공공기업 기관장의 짧은 임기 동안 장기 계획을 세우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실적이나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곳이 농업 관련 공공기관이죠. 제가 40년 가까이 공기관에서 근무하고 느낀 점은 항상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FTA, TPP 등의 거센 농업 시장개방화에 맞서 우리 aT가 수출현안 과제를 챙기고 장기비전의 수출전략을 추진하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또 aT의 기능과 사업에 대해 타 기관과의 차별화되는 업무 노하우와 강점을 구축해 글로벌 농식품 전문 공기업으로써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갈 것입니다"
- 국내 농업인들이 수입시장 확대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해법이 있는지요.
"농수산물 가격의 45%가 유통비용입니다. 산지농산물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5~7단계를 거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유통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농민들도 도매의 기능만 하는 시장을 벗어나야 합니다. 생산, 가공, 유통, 수출 등 전 단계에 걸친 첨단화, 고도화가 필요합니다. aT는 이를 위해 'aT 스마트 스튜디오' 같은 직거래 플랫폼 도입을 시작했습니다. 농민이 자신이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홍보하고 판매하는 1인 유통을 하는 것입니다. 비용도 10만원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현재는 양재동 aT센터에만 있지만 생각해보세요 각 동사무소, 군청마다 aT스튜디오가 하나씩 있다면 농축산 유통에 혁신이 될 것입니다. 불균형한 농축산 수급도 농민의 어려움으로 직결됩니다. aT는 새로운 수급관리시스템을 도입해 농업관련 빅데이터를 분석, 가격·출하·작황·대책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적기 수급을 농민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수입시장에 대해서는 수출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중국 칭다오에 연면적 1만3369㎡(4142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설립해 국내 수출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중국에 수출되고 있는 900여 개의 농축산물은 전부 알리바바와 연계해 판매 중입니다.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인 중동 진출에 힘쓰고 있습니다."
-중동 진출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세계 인구의 24%를 무슬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세계 식음료 시장의 2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aT가 중동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을 계기로 aT도 대 이슬람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아부다비 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아부다비 사무소는 중동지역에 대해 현지 네트워크 확충과 정보조사 강홛 응 시장정보 제공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향후 중동지역 식품에 대한 교차인증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 이곳(양재동 aT센터) 지하 1층에 에이토랑(aTorang)이라는 식당에서 대학생들이 외식업을 하고 있던데요.
"3주마다 각 대학 외식, 조리 관련 학과가 들어와 직접 창업을 체험하는 곳입니다. 이론을 벗어나 식자재 구매, 조리, 판매, 계산까지 직접 경험하며 뜻 깊은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항상 자리가 만원입니다. 유명 프렌차이즈 업계에서 소비자 트렌드 분석을 위해 조사를 나오기도 합니다."
서울 양재동 aT센터 지하 1층 '에이토랑'(aTorang)에서 식사를 주문 중인 김재수 사장(오른쪽)과 메트로신문 이장규 대표. 에이토랑은 3주씩 대학 외식, 조리 관련 학과들이 입점해 창업을 경험하는 곳이다. 임대료는 aT가 전액 지원한다. /손진영 기자
- 이 밖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얍'(YAFF·Young Agri-Food Fellowship)이 있습니다. 얍은 청년들이 농식품산업이해, 관련 직업체험, 인재육성, 최종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농식품 인재육성 포털 서비스'입니다. '젊은이들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밥을 먹여주기 보다는 미래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현재 국내·외 2399명의 회원을 갖고 있습니다. 100여명의 같은 과 선후배를 가진 청년과 2000여 명의 커뮤니티를 가진 청년은 사회에 나갔을 때 전혀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글로벌 체험 시스템을 통해 청년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습니다. 공무원, 대기업이 인생의 전부인 학생들의 눈을 띄워주고 싶습니다. 다양한 길을 보여주고 열어주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임기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농촌의 삶과 도시의 삶이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후세에는 지금보다는 농촌의 삶이 더욱 나아지는 세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내부적으로는 현실감각이 있는 aT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공직자들이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어려움을 파악해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기업으로써 국민이 원하는 기본적인 업무만 하는 곳이 아닌 플러스 알파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공직자도 적극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합니다"